HD건설기계 회사는 합쳤는데…현대·디벨론 브랜드는 둘, 이유는

기존 고객 충성도·시장 세분화 등 고려 통합 대신 각각 운영 선택
브랜드 통합 관리 '권역장' 체제 마련…교차 생산 추진으로 효율화

사진 왼쪽부터 HD건설기계 '디벨론(DEVELON)'과 '현대(HYUNDAI)' 중대형 굴착기.(HD건설기계 제공)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통상 두 회사를 합병해 하나의 기업이나 사업체를 만들 경우 브랜드를 통합한다. 마케팅 효율·브랜드 자산 집중·고객 인지 간소화를 위해서다.

반면 합병 후 각각의 브랜드를 별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 고객 충성도·시장 세분화·브랜드 이미지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 기업인 'HD건설기계(267270)'는 두 회사 브랜드를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다.

합병 전 HD현대건설기계의 '현대(HYUNDAI)'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디벨론(DEVELON)' 브랜드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통합 관리를 위한 권역장 제도가 도입됐으며 단일 브랜드만 생산하던 공장에서 두 브랜드 모두를 생산하는 효율화가 추진됐다. 이를 통해 중국에 이어 인도에서도 교차 생산이 진행됐다.

HD건설기계 '현대(HYUNDAI)' 차세대 신모델 굴착기.(HD건설기계 제공)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HD건설기계는 영업본부를 △북미 △유럽 △인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중국 △APAC·CIS △한국 등 8개 권역체제로 편성·운영하고 있다.

각 권역은 상무급의 권역장이 담당한다. 권역장 아래 디벨론 영업팀과 현대 영업팀이 각각 있다. 각 팀이 해당 브랜드의 현지 판매를 담당하는 딜러와 핵심 고객 등을 관리한다.

HD건설기계 관계자는 "브랜드 두개를 유지하면서도 기존 지역별로 이원화됐던 두 브랜드 조직을 하나로 묶어 권역별로 관리한다"며 "지역별 맞춤 영업·시장 환경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별로 선호 브랜드가 달라 브랜드 통합 시 자칫 매출액이 감소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두개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실제 두 회사 합병 후 각각의 브랜드를 별도 유지하는 방식은 자동차·IT·뷰티 업계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지난 1998년 현대자동차(005380)가 기아(000270)를 인수한 이후에도 현대와 기아 두 브랜드를 완전히 병행 운영하고 있다.

두 브랜드는 서로 다른 라인업·디자인·마케팅을 통해 각기 다른 세그먼트를 공략하면서 동일한 그룹·생산·조직 인프라를 공유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이 통합된 뒤에도 각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은 기존 고객 충성도를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라며 "합쳤을때 오히려 마이너스가 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장을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HD건설기계 '디벨론 (DEVELON)' 차세대 신모델 굴착기. (HD건설기계 제공)

현대·디벨론 브랜드 유지는 생산 환경 변화로도 이어졌다. 먼저 현대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강소법인의 생산을 중단했다.

반면 디벨론 브랜드만 생산했던 연태법인에서 두 브랜드 모두 생산하게 됐다. 이 같은 생산 체계 변화는 지난 2개 분기 중국 사업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는 게 HD건설기계 설명이다.

또 기존 '현대' 제품만 만들던 인도 공장에서 디벨론 제품을 생산해 판매했다. 브라질 공장도 이 같은 방식으로 효율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HD건설기계 관계자는 "브랜드별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중복 라인업은 정리하고 해외 생산기지를 공동자산으로 활용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있다"며 "비효율적인 운영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HD건설기계는 지난 2024년 기준 8조 원 수준인 매출을 2030년 14조 8000억 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최고를 향한 HD건설기계의 열정이 차세대 신모델과 신흥시장 개척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조선에 이어 그룹의 또 다른 글로벌 넘버원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hwsh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