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적발시 수시기관 통보'…조종사, '과잉 입법' 우려
항공안전법 개정안 발의…항공사, 비행전 조종사 자체 음주측정
"보고문화 위축, 안전운항 저해" 우려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항공종사자의 음주가 적발될 경우, 항공사가 이를 수사기관에 즉시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는 취지의 항공안전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조종사들은 '과잉 입법'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비행 전 조종사를 대상으로 음주 측정을 실시하고 알코올 성분이 검출될 경우 운항에서 제외한다. 실제 음주 비행을 하지 않았는데도 수사 기관에 통보하는 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비행 전 단순 음주 적발 결과를 수사 기관에 통보하는 법안이 시행될 경우 "자발적 보고 문화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비행 안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모든 항공사는 2019년 이후 비행 약 2시간 전, 출근한 운항 승무원(조종사) 등 항공종사자와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음주 측정을 실시한다. 이때 혈중알코올농도가 0.02%를 넘을 경우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기 중인 대체 인력을 투입한다. 또한 항공사 내규에 따라 적발된 인원은 징계받는다.
이와 같은 사전 차단 시스템으로 인해 운항·객실 승무원이 음주 상태에서 실제 비행에 들어가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관련 입장문에서 "단순 적발 단계에서 수사 기관에 적발 결과 통보를 의무화하는 건 현행 예방 중심 음주 측정 시스템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충섭 협회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음주 비행에 대해선 당연히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면서도 "실제 음주 비행을 한 게 아니라 음주 비행을 방지하기 위한 측정 시스템에 의해 비행 전 업무에서 걸러졌다는 이유만으로 수사 대상에 오르게 하는 건 지나친 법 적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사전 예방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음주 상태에서 비행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며 "오히려 사후 처벌보다는 지금의 예방 시스템을 어떻게 고도화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정 법률안 내용만으로는 당초 입법 취지를 실현할 수 없고, 처벌 근거가 없어 법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항공안전법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항공운송 사업자가 자체 음주 측정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내부 징계를 하면서 이를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을 경우 항공종사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의 자체 음주 측정은 비행 전 이뤄지기 때문에 수사 기관에 통보되는 내용도 비행 전 음주 측정 결과를 의미한다. 그러나 개정 법률안에는 '항공운송 사업자는 항공종사자 및 객실 승무원이 업무에 종사하는 동안 주류 등을 섭취하거나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항공안전법 제57조 6항)는 조항이 신설됐다.
오수진 법무법인 큐브 변호사는 "운항·객실 승무원이 '비행 시' 주류 섭취·사용한 사실을 항공사가 알게 될 경우 항공사에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며 "신설된 조항은 비행 전 음주 측정 결과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사가 수사기관에 비행 전 음주 측정 결과를 통보하도록 개정 법률안의 내용을 고치더라도 법적 실효성이 없다"며 "적발 시 업무에서 배제돼 음주 비행이란 범죄가 성립할 수 없는 데다 음주 측정에서 적발됐다고 해도 음주 비행 의도를 단정할 수 없고 의도 자체만으로 처벌할 규정도 없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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