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료? 순서는? 불확실성 여전…"정부 가이드라인 필요"

통항 재개 시에도 좁은 해협·통행료에 탈출 지연 우려 가능성
"통행료 지급 기준 등 가이드라인 필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한 가운데 유조선이 오만 무스카트에 정박해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미국·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이 통항 합의 하루 만에 다시 봉쇄되면서 해운업계가 다시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있다. 통항이 재개되더라도 해협 폭이 좁아 빠져나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고 통행료 지급 문제도 남아 있다.

특히 해운업계는 해협 탈출을 위해 외교 협상력을 동원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통행료 지급 및 분쟁 조정 등과 관련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현재 정부가 운항 자제 권고를 유지한 채 통항 정보만 제공해 사실상 모든 통항 관련 책임을 선사에 미루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내측인 페르시아만에 선박이 발 묶인 국내 해운사들은 해협 재봉쇄에 따른 상황 파악과 함께 향후 통항 재개 시 대책 마련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 소식부터 통행료 지급 등 확인해 봐야 할 사안이 많고, 타국 선사들의 움직임 등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는 국적 선사의 선박은 모두 26척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박들은 HMM(011200), 팬오션(028670), 장금상선, SK해운 등이 운용하고 있다.

선종별로는 △원유 및 석유 제품 운반선 17척 △벌크선 5척 △컨테이너 운반선 1척 △가스 운반선 2척 △자동차운반선 1척 등이다.

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국내 정유사와 관련된 유조선 7척이 대기 중이며, 이들 선박에는 약 1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실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호르무즈를 경유한 유조선이 국내에 도달하는 데 통상 약 21~22일이 소요되는 만큼, 해협 개방으로 이달 내 출발하더라도 실제 도착 시점은 5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선박 2000척 이상 이란 하루 10척 통과 검토…통항 순서 각국 협상력에 좌우

앞으로 통항이 재개되더라도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좁은 해협(폭 33~39km)에 따른 물리적 한계가 지적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하루 평균 135척이 오갔다.

현재 페르시아만에 발 묶인 선박은 2000척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순서 없이 한꺼번에 좁은 해로를 통과할 경우 극심한 병목 현상에 따른 충돌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선박들이 최근 전쟁 이전에 주로 이용되던 항로가 아닌 게슘섬과 라라크섬 사이인 이란 연안을 따라 오만으로 빠져나가는 좁은 통로를 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하루 통항 선박 수를 10여 척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상황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통항 순서가 선사를 떠나 각국 협상력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행료 지급도 문제로 거론된다. 앞서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 제품 수출업자 협회의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은 모든 유조선 통행료 징수·선박 검사를 예고했다.

이란은 자국 또는 우호국 선박에는 통행을 허용하거나 낮은 비용을 부과하는 반면 미국·이스라엘과 연계된 국가 선박은 통행료를 달리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행료는 원유 1배럴당 1달러, 빈 유조선은 무료가 유력하다. 이메일로 화물 신고 후 심사 완료 시 암호화폐로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제재로 인해 자금이 추적되거나 압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업계는 사실상 통행료 확정으로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한편, 최종적으로 해당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항에 칼리스토 유조선이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다. ⓒ로이터=뉴스1
항로 벗어나거나 통행료 지불 거절 쉽지 않아…정부 적극 개입 요구 커져

휴전 발표 이후 처음 해협을 빠져나간 선박은 단 3척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란 국적 선박이나 관계국 선박으로 실질적인 통항 재개는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항로를 벗어나거나 통행료 지급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 이란은 통과 선박이 혁명수비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이유로 자국 설치 기뢰와 함께 공격 가능성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호르무즈 통항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전날(8일) 해양수산부는 호르무즈 해협 운항 자제 권고를 유지한 채 통항과 관련된 정보와 외국 선박의 통항 상황 등을 선사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보를 고려해 선사가 자체적으로 통항 계획을 수립·운항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운항 자제 권고를 해제하지 않는 건 통항 중 문제가 생기면 선사에서 모두 책임지라는 것과 같다"며 "발 묶인 선박 탈출을 위해 정부가 통행료 지급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고, 외교전을 통해 빨리 통항할 수 있는 순서를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hwsh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