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맥주 캔 대란 우려…"알루미늄 사재기 조짐, 유통가 30% 급등"

국제 알루미늄 시세 전쟁 직전 대비 15%, 전년比 43% 상승
캔 제조·자동차 업계 수급 차질 걱정

3일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 원유 시설 인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자료사진) 2026.3.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자동차를 포함해 각종 산업에 흔히 쓰이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음료·주류 포장에 흔히 쓰이는 캔은 거의 100%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하는 만큼 긴장도가 더 높다.

국내에선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재고를 비축하는 움직임도 나타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반면 원자재 가격을 반영할 수 있는 일부 산업의 경우 알루미늄 가격 상승이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루미늄 바레인'은 이란 공격으로 '불가항력'을 선언하며 이미 맺은 공급 계약을 준수하기 힘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리트 글로벌 알루미늄'도 생산공장 피격으로 상당한 손해를 입었고 부상자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알루미늄 가격, 러-우 전쟁 발발 이후 4년 만에 최고가

3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현물로 거래되는 알루미늄 시세는 톤당 3583.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26일 3121달러와 비교하면 14.8%, 1년 전 2499달러에 비해선 43.4% 상승한 수치다.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에는 3585달러로 정점을 찍기도 했다. 이는 3984.5달러까지 치솟았던 2022년 3월 이후 4년여 만의 최고가다. 2022년 당시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러시아산 금속에 대한 제재 가능성 확대로 가격이 올랐다.

가격은 오르는 반면 재고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의 알루미늄 재고는 2월 26일 46만 7550톤에서 이달 1일 41만 4175톤으로 11.4% 줄었다. 1년 전 45만 8900톤 9.7% 감소했다.

중동은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 7400만 톤 가운데 10%가량을 차지한다. 알루미늄은 고체 전기로 불릴 정도로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에너지 집약 산업인데, 중동의 경우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고 태양광 발전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생산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에서 전쟁 발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하고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가격이 오르는 셈이다. 여기에 이란이 미국 항공·방산 관련 산업 시설 타격을 명분으로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의 알루미늄 생산시설을 타격하면서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이란 사태로 인한 중동발 공급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알루미늄 공급 부족 현상은 확대할 전망"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지속될 경우 가격 급등세가 나타나면서 알루미늄 수급이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유사하게 이란 사태의 숨은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7일 경기 평택항의 한 금속가공업체에 폐알루미늄 제품이 쌓여 있다. 2025.8.17 ⓒ 뉴스1 구윤성 기자
알루미늄 100% 수입 의존 "국내 유통 가격은 30%↑"

보크사이트나 알루미나 같은 원자재를 제련해 알루미늄으로 생산하는 제련소는 국내에 없다. 100% 수입해 자동차 부품이나 건축 자재, 알루미늄 캔 등 산업별 수요에 맞게 재가공하는 산업 구조인데, 한국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그중 15%가량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현재 업계는 중동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호주나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의 수입선 다각화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다만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재고를 비축해 두려는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수급에 차질을 빚는 상황도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철금속협회 관계자는 "다른 루트로 물량을 확보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알루미늄 유통) 가격이 일시적으로 30%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알루미늄 사용량 가운데 각각 20~30%가량을 차지하는 알루미늄 캔 등 포장재 제조 업계와 그 유관 업계의 긴장감이 높은 상황이다. 일부 캔 납품 업체의 경우 주류·음료 업체에 가격 인상을 요청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20~30%가량의 알루미늄을 소비하는 자동차 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주행거리 확보와 배터리로 인한 무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가벼운 알루미늄을 더 많이 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쟁 이후 알루미늄을 비롯한 다양한 원자재들의 수급이 전부 불안정해진 상황"이라며 "가격과 공급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수급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이슈이기도 하다. 외신에 따르면 사토 고지 도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동 알루미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 공급처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납품 제품과 원자재 가격을 연동하는 사업 구조를 보유한 일부 업계의 경우 오히려 일정 부분 반사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항공소재업계 관계자는 "통상 알루미늄 합금 공급 계약을 체결할 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는 구조로 계약한다"며 "매출이 증가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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