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최고 대우 거부한 삼성전자 노조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 10% 사용. 올해 매출·영업이익 국내 업계 1위 달성 시 추가 재원 투입해 경쟁사 동등 수준 이상의 성과급 지급.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영성과 개선 시 최대 75%의 성과급 보장. 임금 인상률 6.2%. 최대 5억 원의 직원 주거 안정 지원 제도 도입. CL별 샐러리캡 상향. 출산 경조금 최대 5배 인상. 자사주 20주 및 패밀리넷 100만 포인트 지급.
삼성전자 사측이 노동조합과의 추가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내민 카드다. 지금껏 어떤 노사 협상에서도 본 적이 없던 사측의 파격적인 제시안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수장인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노조와 면담 후 재개된 협상인 만큼 사측이 임단협 타결을 위해 제대로 준비했다. 업계에서도 최고의 보상 제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노사 협상은 결렬됐다. 노조는 사측이 불성실한 교섭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받겠다고 했다.
삼성전자 노사 간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지급하기로 하자 동일한 대우를 해달라고 했다.
정당한 성과 공유를 요구하는 노조의 주장은 잘못이 아니다. 조합원의 근로 조건 개선부터 임금 인상 활동은 노조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개발에 실기하면서 굴욕의 시기를 겪었지만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절치부심하며 경쟁력 회복을 이끌었고 끝내 '삼성이 돌아왔다'를 이뤄냈다.
사측은 추가 임단협에서 성과급 상한 유지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나 연봉의 50%를 초과하는 특별 포상을 받을 수 있게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구두로도 약속했다.
사측의 전격적인 양보에도 노조는 꿈쩍하지 않았다. 노조는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하고 이를 부문 40%, 사업부 60%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의 제도화'를 촉구하며 영구적인 상한선 폐지의 명문화만을 고수했다.
사측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는데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협상하지 말자는 뜻으로 읽힌다. 5월 총파업을 무기로 벼랑 끝 전술에 나선 셈이다.
노조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에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복수 노조 내에서 지지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인 논리가 작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노조가 회사의 미래, 조합원의 권리보다 노조 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의 제안을 걷어차지 않았겠냐는 의심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여러 사업 부문이 있는 복합 기업이다. 반도체 부문 내에서도 메모리 사업부 외에도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도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사측의 제안을 수용하면 특정 부문 조합원들이 반발할 것을 우려했기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업계 최고 대우'가 싫다는 노조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나오는 추측이다.
삼성전자 밖에선 고액 연봉자들의 배부른 투정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노조에 대한 여론이 차가운 배경이다. 삼성전자 임직원의 2025년 평균 연봉은 전년(1억 3000만 원) 대비 2800만 원(21.5%) 증가한 1억 5800만 원이다. 작년 한국의 상용근로자 연 임금 총액은 처음으로 5000만 원을 넘어섰고 주요 대기업의 미등기임원 제외 직원 실질 평균 연봉도 1억 28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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