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지났는데…여수 2호·울산 석화 재편 여전히 '평행선'
여수 2호, 합작사 카드 꺼냈지만 '외국계 주주' 설득 난항
'증설' 에쓰오일, '감산' 거부 기존 업체 대립…사실상 논의 중단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정부가 제시한 석유화학 산업단지 사업재편 최종안 제출 시한인 1분기가 지났지만 여수 2호와 울산 산단 등 주요 거점에서는 여전히 최종 합의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나서 '무임승차 엄단'을 경고하며 조속한 결단을 촉구했으나 기업 간 이해관계 복잡하게 얽혀 있어 평행선만 달리는 모양새다.
특히 여수보다 이해관계자가 더 복잡한 울산의 경우 논의 테이블조차 제대로 차리지 못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정부의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여수 산단 2호 구조조정의 핵심인 LG화학(051910)과 GS칼텍스는 일단 큰 틀에서의 방향성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 정부에 대략적인 타임 스케줄을 제출했으며, 여기에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사업을 재편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춘 LG화학 CEO 역시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전반적인 석유화학 사업 재편 계획에 맞춰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조금 더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언급해 재편 의지를 공식화했다. 나프타 수급난으로 가동을 중단한 여수 NCC 2공장에 대해서도 시장 상황에 따른 전략적 결정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실제 집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합작의 파트너인 GS칼텍스의 외국계 주주인 셰브런을 설득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정부에선 상반기 내 마무리를 원하고 우리도 노력 중이지만, 결국 외국계 주주의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며 "올해 안에는 마무리될 것이 확실하지만 상반기가 될지 하반기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GS칼텍스 측도 "정부 검토와 LG화학과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정책 계획에 맞춰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업 중"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여수는 실무진 차원의 협의는 상당 부분 진척됐으며 임원진 간의 최종 결단과 주주 설득만 남겨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한 곳은 울산 산단이다. 이곳은 에쓰오일,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등 이해관계자가 더 많은 데다 각 사의 전략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사실상 '답이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다.
울산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은 에쓰오일의 대규모 증설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다. 아람코가 9조 원 넘게 투자한 이 설비가 올해 말 가동되면 연간 180만 톤의 에틸렌이 추가로 쏟아진다.
이에 에쓰오일은 신규 고효율 설비라는 점을 들어 이를 감축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는 자신들의 생산 캐파가 이미 상대적으로 작은 상황에서 먼저 목표치를 제시하며 살점을 떼어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중재를 맡고는 있지만 작년 말 사업 재편안 초안을 낸 이후 당사자들끼리 모여 머리를 맞댄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냉랭하다. 에쓰오일은 타사와의 감산 논의보다는 샤힌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공과 가동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산단 차원의 공동 재편안 도출은 기약 없이 밀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울산은 작년 재편안을 낼 때도 합의가 완전히 이뤄진 상태가 아니었는데 지금도 그때와 변한 게 하나도 없는 평행선"이라며 "기업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불만과 함께 일단 버티고 보자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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