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익 10%+특별보상' 제시에도 협상 결렬…'너무 했다'

"경쟁사 동등 수준 이상 성과급 지급" 파격 약속…연봉 6.2% 인상
노조, 시스템·파운드리 성과급 감소에도 사업부별 배분 방식 고수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2026.3.18 ⓒ 뉴스1 DB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고 업계 1등을 달성하면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특별 포상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보장하겠습니다.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선 이상의 성과급이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005930)가 재개된 임금협상 과정에서 역대급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노동조합이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 확산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확산한 상황에서 노조가 핵심 성장 엔진인 반도체를 볼모로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노조의 요구안대로 성과급 제도를 개편할 경우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의 성과급은 오히려 줄어들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에서도 노노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특별 포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상한 폐지를 계속 주장해 왔다"며 "(OPI 제도 상한 폐지도) 고려 중이라고 해서 교섭에 참여했는데 (사측의 주장은) 사기였다"고 반발했다. OPI 제도 상한 폐지에 대한 약속이 없었기에 사측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국내 업계 1위 달성 시 영업익 10% 이상 성과급 재원 쓰겠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에 공지한 '임금협상 안내'를 통해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재개한 협상 과정을 공개했다. 앞서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은 공동투쟁본부와 만났고 이후 노사는 임금교섭을 재개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삼성전자 공지에 따르면 사측은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DS) 부문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전례 없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노조의 핵심 요구인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선 기존의 상한을 넘어선 파격적인 특별 포상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경쟁사와 동등한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DS 부문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하면 경쟁사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기 위해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고 제안했다. 경쟁사 대비 인원이 많기 때문에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쓸 경우 메모리사업부의 성과급 지급률이 경쟁사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향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경영 성과를 달성하면 특별 포상을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제시했다.

사측의 이 같은 제안은 '성과급 상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직원들이 성과급 상한선인 연봉의 50%를 초과하는 '특별 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DS 부문에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경영성과 개선 시 최대 75%의 성과급을 보장하는 안을 내놓았다.

사측은 임금 인상률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 및 최근 3년 평균 인상률 대비 상향한 6.2%로 제안했다. 2023년의 4.1%, 2024년 5.1%, 2025년 5.1%의 인상률보다 상향한 조치다.

이뿐만 아니라 △실거주 목적 주택 구입 또는 전세 계약 시 최대 5억 원까지 대여하는 주택대부제도 도입 △CL별 샐러리캡 금액 상향 △자녀 출산 경조금(첫째 100만 원, 둘째 200만 원, 셋째 500만 원) △DX 부문 및 CSS 사업팀 대상 자사주 20주 △패밀리넷 100만 포인트 지급 △변형교대 지원의 휴일 지정 근무 시 통상 시급의 4시간분 추가 지급 등도 제안했다.

노조, 실질적 보상 확대보다 성과급 산정 제도 변경에 집착

사측의 파격적인 제시안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기존 입장만을 고수했다. 노조는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보상 확대 방안보다 성과급 상한의 영구적 폐지 등 성과급 산정 방식의 제도적 틀을 바꾸는 데만 집착했다.

교섭 초기 노조는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 전제하에 '영업이익 15%'를 재원으로 부문 70%, 사업부 30% 비율로 배분해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재개된 협상에서는 영업이익 15% 재원을 영업이익 10%로 변경해 부문 40%, 사업부 60% 비율로 배분하되, 적자 사업부는 부문 지급률의 60%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도화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사측이 '조합과 회사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된다'고 하자 결국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사업부별 이익 배분 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하면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에게 매우 불리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조 요구안을 2025년 성과급 지급률에 대입하면 기존 제도에서 연봉의 47%를 받았던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의 지급률은 11%로 급락하게 된다고 한다.

사측은 "이번 임금협상에서는 경쟁사 보상 수준 등을 감안한 특별 포상을 우선 적용하고, 제도 개선은 노조 및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추가로 논의하자"고 대안까지 제시했지만 노조는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1억 5000만 원 초고임금 노조…나만 살고 보자는 식"

삼성전자 노사가 어렵게 재개한 협상에서 사측의 양보에도 노조가 강경 입장만을 고수한 데 대한 따가운 여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당장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탈환 등 사활을 건 기술 경쟁을 벌이는 '골든 타임'에 노조가 기업의 유연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주도권 다툼 등 사활을 건 기술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노조가 거액의 성과급만을 요구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생떼"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봉 1억 5000만 원 수준의 초고임금 노조가 실질적인 보상안을 거부하고 성과급 제도의 형식적인 변경을 고집하며 교섭을 중단시킨 것은 '나만 살고 보자'는 식의 이기주의"라고 했다. "국민적 공분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이기적인 요구를 내세우면서 반도체 공장을 멈춰 세우겠다고 협박하는 대신 위기 극복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자세를 먼저 보여야 한다"며 "지금은 발목을 잡을 때가 아니라, 함께 미래 경쟁력을 향해 뛰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임금협상이 이른 시일 내에 타결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이기에 노조의 대응에 모든 이목이 쏠린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특별 포상은 OPI 제도와 상관없이 모두 매도 제한이 있는 자사주로 준다는 것인데 이는 직원을 볼모로 잡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