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 7곳 반대에도" 국민연금, 고려아연 주총서 'MBK 임원' 찬성표
의결권 자문사는 모두 '반대' 권고…노조 "매국적 방관"
국민연금, 홈플러스 투자 9천억 손실…수탁자 책임 미작동 비판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24일 열리는 고려아연(010130) 정기주주총회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 가운데 해당 결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 노조는 국민연금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7곳이 모두 반대한 MBK파트너스 측 인물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고 현 경영진 측 후보를 한 명도 지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매국적 방관"이라고 비판하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과거 MBK의 홈플러스 투자에 참여했다가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럼에도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일제히 반대한 인물까지 찬성 권고한 것. 이에 수탁자 책임 원칙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책위는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총 4명의 이사 후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고려아연과 미국 제련소를 짓는 크루서블JV가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에게 전체 의결권의 절반을 찬성하고, 나머지 절반은 MBK·영풍 측 이 추천한 이사들에게 일부씩 나눠 표결을 하는 방향이다.
반면 현 경영진 측이 추천 후보들은 '미행사' 등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노조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이 국민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칼이어서야 되겠느냐"며 "국가기간산업을 투기자본에 상납한 기만적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노후 자금의 파수꾼이어야 할 국민연금이 보여준 비겁하고도 무책임한 결정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약탈적 사모펀드의 손에 세계 1위 제련소의 열쇠를 쥐어준 매국적 방관"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연금이 열어준 성문을 통해 MBK가 입성하는 순간 우리의 독보적 기술은 해외로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연금 수책위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7곳이 모두 반대한 MBK파트너스 소속 임원의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기로 하면서 국민연금 수책위 결정에 대한 의구심과 비판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 정기주총에 대한 의안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 한국의결권자문, 한국ESG평가원, ISS, 글래스루이스는 MBK 소속 임원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지나치게 특정 주주만을 대표하는 인물은 이사회 일원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7곳 모두가 반대 권고를 내렸음에도 국민연금이 이를 역행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ESG기준원은 해당 후보에 반대를 권고하며 "사모펀드 특성상 전체 주주보다는 특정 주주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할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사회에는 MBK·영풍 측 기타비상무이사 2인이 이미 선임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 이사회 구성상 감독 및 견제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선임이 더욱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 고려아연 이사회에는 MBK·영풍 측에서 추천한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해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출돼 활동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과거 MBK의 홈플러스 투자 당시 함께하면서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은 상태라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받아야 할 금액은 공정가치로 판단하면 9000억 원 정도 남아 있다"며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을 시인했다.
고려아연 노조는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사태에서)수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고도 무엇을 배웠느냐"며 "국가 기간산업을 그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자 노동자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이후 "국민연금은 국가 기간 산업 수호와 고용 안정을 위해 즉각 미행사 결정을 철회하라"며 "정부는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M&A)을 방치하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전면 재검토하고 산업 보호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연금이 찬성한 해당 MBK 임원은 현재 MBK파트너스 외에도 영화홀딩스, 연암홀딩스, 경진섬유, 동진섬유, 넥스플렉스, 단원홀딩스,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 이사, 이글파이브유동화제일차 감사 등 8곳에서 임원을 겸하면서 과다 겸직에 대한 비판도 받고 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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