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 경쟁 한창인데…삼성전자 노조 파업 수순 "지금 이럴 땐가"

'삼성전자가 돌아왔다' 평가에 찬물…기술 경쟁력 약화 '우려'
평균 연봉 1억 5800만 원 삼성전자 직원들의 성과급 요구 '논란'

삼성전자 노조가 5월 총파업에 돌입한다. 18일 삼성전자 노조 2개 단체(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에 따르면 이날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3.1%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투표에는 재적 조합원 약 9만 명 중 73.5%인 6만6019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2026.3.18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삼성전자 입장에선 제일 중요한 시기인데 외부에서 봤을 때 참 안타깝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절치부심해서 경쟁력을 회복했고 이제 수확을 열심히 해야 하는 단계인데 총파업은 분명 회사에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이 2년 만에 총파업에 나서기로 하면서 '실망스럽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두 번째 총파업이다.

업계에선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한창인 시기에 벌어질 총파업이 삼성전자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대에 골든타임을 제 발로 차버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만 1억 5800만 원이라는 점에서 총파업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5월 총파업 현실화…평균 연봉만 1억 5800만 원

삼성전자 노조는 이날 쟁의 행위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 93.08%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9일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했는데 조합원 총 8만 9874명 중 6만 6019명(73.46%)이 투표에 참석, 6만 1456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하기로 한 이유는 성과급 상한 폐지 등에 대한 노사 간의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초과이익성과급(OPI)에 연봉 50% 상한을 두고 있는데 노조는 줄기차게 폐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사업부 간 형평성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디바이스경험(모바일·가전, DX) 부문과 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DS) 부문이 동일한 성과급 구조를 적용받고 있는데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면 결국 사업부 간의 실적 차이로 보상 쏠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쟁의권을 확보한 삼성전자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노조의 파업 결정에 "2026년 임금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역시 성과급 상한 폐지가 받아들여진다면 총파업을 유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커 총파업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HBM4 공급 총력 선언 삼성전자…파업에 발목 잡히나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업계에선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한창인 시기에 미칠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 역시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공정이 자동화돼 있기에 생산 차질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길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로이터 통신은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 노조 위원장이 "(파업이 이뤄지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의 생산량이 절반가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시기를 놓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올해부터 시장에선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HBM4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면서 삼성전자는 올해 총력전에 돌입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출시할 '베라 루빈'에 탑재할 HBM4 등 차세대 제품 공급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으로 제품 생산 및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에 대한 여론 역시 좋지 않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 58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대비 2800만 원(21.5%)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고연봉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보수 인상을 이유로 파업한다는 것은 공감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1억 5000만 원 이상을 연봉으로 받는 직장인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노조의 주장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노조의 총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번 파업 배경이 반도체 부문에만 해당하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인 까닭이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DX 부문은 메모리 가격 급등,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올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이번 파업 결정은 사내 박탈감을 야기할 이기적인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DX 소속의 한 직원은 "노조의 의견도 잘 알겠지만 공감을 못하는 직원들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 수는 총 12만 8881명인데 파업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6만 1456명만 찬성했다. 초기업노조에선 6만 6337명의 조합원 중 1만2633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고 참여자 중에서도 4029명이 반대했다. 동행노조에선 조합원 2263명 중 62명만 투표했고 26명이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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