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공동행위, 글로벌 경쟁력·산업 특수성 고려해 허용해야"

바다와미래 포럼 "공동행위로 인한 타 산업 피해 없어"

바다와미래 연구포럼이 주최하고 한국해운협회가 주관한 오찬 포럼이 17일 서울 켄싱턴호텔에서 열렸다. 2026.3.17 ⓒ 뉴스1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글로벌 물류 공급망 경쟁력을 위해 정기선 해운사의 운임 공동행위를 일정 부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동행위란 동맹을 맺은 해운사들이 운임, 선박 배치, 화물 적재 등을 합의하고 실행하는 것을 뜻한다.

강일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17일 서울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바다와미래 오찬 포럼에서 "해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공동행위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 제도적 인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대만 에버그린과 국내 해운사 등 23곳이 120차례에 걸쳐 한국-동남아시아 수출입 항로 운임을 합의하고 해운법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이들 업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960억원을 부과했다.

업체들은 불복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은 해운법 제29조를 근거로 해운사의 공동행위는 자유 경쟁의 예외로 인정되고, 결정된 운임에 대한 규제 권한은 해양수산부 장관에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대법원은 공정위의 규제 권한을 인정하며 원심을 파기했다. 헌법상 요구되는 시장 경제 질서를 구현하는 공정거래법 입법 취지에 비춰 볼 때, 다른 법률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공정거래법은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일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가 17일 바다와미래 오찬포럼에서 '정기선 운임 공동행위에 관한 법정책적 고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6.3.17 ⓒ 뉴스1 양새롬 기자

다만 강 변호사는 글로벌 정기선 산업의 경우 막대한 초기 투자와 고정비 부담, 글로벌 네트워크 운영 등 산업구조 상 일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구조에서는 선사간 일정 수준의 협력이 불가피하며, 이를 단순한 담합으로 보는 것은 산업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강 변호사는 "항공운수업도 국가가 노선 인허가를 주고 직접 관리하는, 사실상 과점 형태"라면서 "단순 독점화를 위한 담합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카르텔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운임 공동행위는 시장 안정성과 서비스 지속성 확보 측면에서 기능할 수 있으며, 과도한 규제는 국내 해운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강 변호사는 현행 공정거래 규제 체계가 해운 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공동행위를 일정 범위 내에서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책 당국이 경쟁 제한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산업 안정성과 공급망 유지 등 공익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금창원 장금상선 대표이사는 "공정위에서는 해운산업이 공동행위를 해서 타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면서 "하지만 공동행위로 타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는 없고, 오히려 해운 경쟁력 약화가 물류비 증가와 공급망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석 해운협회장도 "중동 리스크 확대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해지고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 선사들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와 수출입 물류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어떻게 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