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은퇴는 보호자가 결정"…24년 수의사가 본 동물병원 변화
[인터뷰]유제혁 부평 아프리카동물의료센터 원장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임상에서 수의사의 은퇴는 보호자가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물병원그룹 벳아너스 회원 병원인 인천 부평 24시 아프리카동물의료센터 유제혁 원장은 병원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답변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반 회사에서는 회사가 직원을 은퇴시키지만, 임상에서는 성과가 없으면 보호자가 병원을 떠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병원은 보호자들의 니즈에 앞서 준비하려고 노력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보호자들이 찾는 병원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제혁 원장은 2002년 개원 이후 현재까지 병원을 운영해 온 24년 차 수의사다. 13일 유 원장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 사이 보호자들의 정보 수준과 의료 요구는 크게 높아졌다. 이제 동물병원 역시 진료 방식과 시스템을 끊임없이 변화시키지 않으면 선택받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개원 초기만 해도 어린 강아지 예방의학이나 피부 질환 등 비교적 기초적인 진료가 대부분이었다. 당시에는 10세 반려견도 상당한 노령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반려동물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12세 정도도 관리할 수 있는 시기로 인식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진료 환경도 달라졌다. 단순히 질환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원인과 예후, 이후 치료 방향까지 보호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의료가 중요해졌다.
유 원장은 "지금은 질환을 발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예후까지 설명해야 한다"며 "보호자들이 검사 결과를 이해하고 다음 치료 방향까지 알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 수준을 맞추지 못하면 병원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병원의 평가는 내부가 아니라 보호자가 한다는 의미다. 그는 "그래서 임상에서는 병원이 아니라 보호자가 수의사의 은퇴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병원이 특히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건강검진 시스템이다.
아프리카동물의료센터는 반려동물의 연령에 따라 검진 항목을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4세 이하, 4~8세, 6~10세, 10세 이상 등 연령 구간별 검진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보호자가 필요에 따라 추가 검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유 원장은 과거 건강검진의 한계도 짚었다. 예전에는 기본 혈액검사 정도를 확인하는 수준이었지만, 일부 검사만으로 건강 상태를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병원은 건강검진을 보다 정밀한 평가 체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 중 하나는 노령견 치매다.
배회 행동이나 써클링 등 반려견에게 치매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뒤에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뇌 구조 변화와 관련된 NFL(Neurofilament light chain) 검사 등 치매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검사를 도입했다.
실제로 15세 푸들 사례에서는 보호자가 "가끔 멍하게 있는 순간이 있다"고 말한 것이 진단의 단서가 됐다. 검사 결과 관련 수치가 높게 나타났고, 이후 뇌 항산화제와 보조제 치료를 시작하자 멍한 행동이 줄고 보호자를 반기는 반응이 다시 나타났다.
건강검진은 종양 위험을 확인하는 방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보호자들이 나이가 들수록 '혹시 종양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를 많이 걱정하기 때문이다.
유 원장은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전에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종양 표지자 검사 등 다양한 검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이를 위한 검진 프로그램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심장 질환이나 다낭성 신장질환 같은 유전 질환 검사와 복막염 관련 검사, 심장 바이오마커 등을 조합한 정밀 검진 체계다.
특정 품종을 위한 특화 검진도 준비했다. 만성 구토나 장질환이 반복되는 비숑프리제를 대상으로 음식 알레르기, 소화기 관련 검사, 비타민 B12와 엽산 검사 등을 묶은 검진 프로그램이다. 필요할 경우 내시경과 조직검사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같은 정밀 검진을 위해 병원은 반려동물 진단검사 전문기업 그린벳(GreenVet)과 협력해 검사 항목을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동물의료센터는 수의학과 첨단 기술의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진료 시스템에 적극 반영하는 등 환경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병원에는 AI(인공지능) 기반 혈구 분석 장비가 도입돼 세포 이미지를 자동 분석하고 있다. 의료 기록과 교육 자료 제작, 논문 검색 등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마취 과정에서도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용해 환자 상태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확인한다.
유 원장은 AI 기술에 대해 "수의사를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돕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의료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동물병원 역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보호자들은 병원의 연차보다 의료 시스템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보호자가 기대하는 수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조금 더 앞서 준비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물병원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정리했다.
"결국 우리가 준비하는 시스템과 검진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반려동물이 보호자와 더 오래, 더 편안하게 교감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해피펫] [펫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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