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철 대한수의사회장 "수의사도 의사만큼 지원…R&D 예산도 필요"
[뉴스1 초대석] "동물의료 공공재화? 지원부터 선행돼야"
"진료비 표준화 국가 없어…온라인카페 등 문제"
- 대담=김희준 바이오부부장,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대담=김희준 바이오부부장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한송아 기자
"동물은 자극적 소비 대상이 아닙니다. 정부가 동물의료를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면 수의사도 의사만큼 지원해야 합니다. 규제만 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하면서 제도 개선을 해야합니다."
우연철 제28대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진료비 표준화, 진료부 공개 등 정부의 동물의료 정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동물의료 제도의 개선은 공감하지만 지원 체계가 전무한 상황에서 상대적 약자인 수의사들의 희생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우연철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뉴스1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근거해 동물보건의료와 관련한 연구개발(R&D)은 일부 진행 중"이라며 "다만 전반적인 연구개발과 관련 법률, 지원 체계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람의료(인의) 분야는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첨단재생바이오법 △첨단의료단지법 △제약산업법 등이 있어서 R&D에만 수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의료 분야에서 R&D를 지원하는 법도, 예산도 거의 없다.
우 회장은 "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이 연결된 원헬스 시대에 동물의료는 기초의료"라며 "동물의료기술이 발전하면 글로벌 수출 가능성도 높은 만큼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과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만 보더라도 전국 10개 수의과대학에 대동물을 가르치는 교수가 10명이 채 안 된다"며 "정부는 산업동물 수의사가 없다고만 하는데 사회가 원하는 수의사를 양성하려면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 의료기술 발전은 사회와 국가의 지원 아래 이뤄졌지만 동물 의료기술은 수의사 개개인이 역량을 발휘해서 스스로 발전해 온 것"이라며 "규제만 하지 말고 전폭적인 지원과 사회적 인식 전환을 통해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회장과의 일문일답.
- 수의사회 입사 후 30년을 근무하다가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출마 계기가 궁금하다.
▶ 동물약을 전혀 모르는 약사들이 약에 대한 권한을 모두 갖고 있다는 문제가 대한수의사회 입사 계기였다. 지난 30년간 수의사들을 대변해 왔다고 자부한다. 이제 전면에 서서 수의계 전체의 발전을 주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의사회 입사 후 '내 조직'이라는 생각으로 일해 왔다. 내부의 자리와 위치가 변경되고 권한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회장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동물의료·산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법·제도·재정 구조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 부담은 대부분 수의사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제는 현안이 터질 때마다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의계 전체를 관통하는 통합적인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리더로서 이끌고 나가야 하는 대한수의사회장의 시대상에 '정책 수의사'로서의 경험을 활용할 때라고 판단했다.
- 선거 공약은 무엇이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 동물병원 내 폭행금지법 추진, 동물등록제 현실화 추진, 백신접종 국가지원 확대 및 접종비 현실화, 처방제 확대 및 불법처방 대응, 산업동물 임상교육 강화, 공직수의사회 설치 추진, 정치권 지자체 소통 정례화, 산하단체 직능단체 역할 강화, 수의사대회 정례화, 외부 고발 민원 시 수의사 보호, 수의학교육 평가인증 의무화, 업계 수의사와의 정기소통 창구 마련 등이 있다. 지난 정기총회를 통해 공직수의사회 설치 근거 정관을 개정했다. 농식품부의 승인이 나는 대로 조직을 마련할 예정이다.
- 사람은 의료법이 있고 동물은 동물의료법 대신 수의사법이 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 의료법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이라고 규정돼 있다. 법 시행 목적에 '보편의료'의 개념이 삽입된 것이다. 반면 수의사법 제1조는 '이 법은 수의사의 기능과 수의 업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의 건강 및 복지 증진, 축산업의 발전과 공중위생의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의료의 목적과 가치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하다. 개정을 통해 철학적 기준과 기본 원칙을 명확히 담아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을 확립해야 한다.
- 동물병원을 찾는 강아지·고양이 보호자 중에 진료비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있는데.
▶ CT, MRI, 방사선 기기를 갖춘 동물병원에서 수술이나 항암 치료 등을 받는다면 진료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면 동네 동물병원은 그렇지 않다. 요즘 동물병원이 대형화되면서 시설이나 인력이 천차만별이다. 동물은 진료하려면 보정이 필요해서 2인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 사람은 말할 수 있고 본인의 상황을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그렇지 않다 보니 검사가 필수다. 추가 비용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사람은 공공의료보험이 있고 보험비도 매달 납부한다. 동물은 정부 지원도, 매달 내는 공적 보험도 없다. 정부가 사람처럼 예방접종, 건강검진 같은 기초 진료를 보장해 주고 수의사들에게 공공화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으면 한다.
-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는 헌법소원이 청구될 정도로 뜨거운 감자다. 이에 대한 생각은.
▶ 진료부 공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시스템부터 개선하고 공개를 논의하자는 거다. 의사와 환자, 양자 관계인 사람과 달리 동물 의료는 보호자가 개입하는 삼자 관계로 구성된다. 진료 기록의 소유권 문제에서 동물 의료는 기록이 동물의 것인지, 비용을 낸 보호자에게 귀속되는지, 또는 수의사에게 속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의료 전달 체계와 이용 체계가 혼재돼 있어 구분과 정리가 필요하다. 보건의료기본법상 의료기록은 환자의 기록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다. 환자는 진료비 납부 의무도 지닌다. 하지만 동물 보호자의 의무는 명확하지 않다.
- 진료부 정보 소유권은 어떻게 논의해야 할까.
▶ 수의사는 보호자와 동등한 관계에서 진료부 정보 소유권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수의사가 동물 건강 상태와 보호자 상황을 종합 판단해 진료 결정 권한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진료부 작성 교육과 정보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준비와 기준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진료기록 공개 시 노하우 유출과 약품·치료 정보 공개로 인한 자가 진료 및 약물 오남용 우려가 존재한다. 사람 진료기록과 달리 동물 진료기록 공개는 부작용과 문제 발생 가능성이 커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 온라인 카페나 SNS에서 동물용의약품의 불법 유통과 자가진료 문의, 동물병원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 게시물이 늘고 있다. 명예훼손과 영업방해로 이어지는 이런 문제를 법적으로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 사람은 수술했다고 진료 기록을 인터넷에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동물은 보호자가 온라인 카페 등에 기록을 그대로 올린다. 약품 정보도 올려서 약국에서 약을 사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약사법 제85조는 수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처방대상 동물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처방대상인 동물용 마취제와 동물용 호르몬제, 경구용 항생항균제, 심장사상충 예방약,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제된 동물용 실데나필(심장질환 치료목적)도 팔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 보호자 신원 확인 방법 부재로 진료기록 공개 시 원 소유자와 보호자 간 분쟁 가능성도 존재한다. 진료기록 보존 의무는 1년이다. 1년이 지나서 동물병원이 폐업하면 어떻게 할까도 생각해야 한다. 1년 보존 의무와 공개 요구가 상충돼 있으니 체계적 관리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 수의사, 특히 공무원 수의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 목소리가 높다.
▶ 공직 수의사들은 인수공통전염병을 예방하는 일을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식품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산업동물들이 안전하고 청결하게 생산성을 갖고 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공공영역에 존재하지만 관련 지원이 약하다. 10개 대학 중 1곳을 제외하고 국립대다. 대학들이 최근 학생들에게 반려동물 의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산업동물 의학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수 확충 등 지원이 있어야 한다.
- 공무원 수의사들의 처우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 수의대도 의대와 똑같이 6년제다. 학생들의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현재 공무원 수의사들은 잦은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연중 비상방역 등 업무과중과 열악한 근무여건 및 보수 체계, 힘든 승진 구조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또한 과거 우리 회가 보도자료를 발표했지만 229개 시군 조례를 조사해보니 70%의 시군에서는 5급 승진이 불가능했다. 7급으로 임용했더라도 6급으로 퇴직해야 하는 구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 방향을 한 마디로 축약하면 '3·6·9'다. 동물위생시험소를 3급 기관으로, 수의직공무원 채용을 6급으로 상향해야 한다. 수의사에 대한 수당을 의사 수준인 90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 현재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빈발하고 있는 지금이 골든타임으로 즉각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 수의사 회원들과 기업, 반려견·반려묘 보호자들과 소통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수의사의 의견이 전문성보다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사실 업계나 반려동물 보호자 모두 수의사의 동반자다. 수의사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 앞장서겠다는 것은 수의사만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해 동물의 건강과 복지가 증진되고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 조성 등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정말 많이 듣도록 노력하겠다.[펫피플][해피펫]
☞우연철 대한수의사회장
우연철 대한수의사회장은 지난 1월 15일 실시된 제28대 회장선거에서 최다득표를 받아 당선됐다. 대한수의사회 사무처에서 근무한 직원이 회장에 당선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우연철 회장은 1997년 사무처 입사 이후 30년 가까이 수의정책 분야 실무를 담당해 왔다. 특히 수의사처방제 도입,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 제한, 반려동물 자가진료의 법적 금지 근거 마련, 동물위생시험소법 제정, 공중방역수의사 제도 도입 등 주요 제도 개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수의계 정책 기반 강화에 기여했다. 임기는 이달부터 3년이다.
△건국대 수의대 및 대학원 졸업 △대한수의사회 사무총장 △대한수의사회 미래정책부회장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 직무대행 △수의학교육인증원 이사장 △농림축산식품부·식약처 등 다수 정부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표창, 농림부 장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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