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전략 등 정보 유출…삼성전자, 특허괴물에 취약한 이유 있었네

"포커 게임에서 상대방 패 알고 베팅하는 것"
삼성전자 기밀 유출…불법행위 단호한 대응 필요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 부장검사가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삼성전자 특허 관련 기밀정보 유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3.9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삼성전자의 대응 전략 등 내부 정보가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에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특허괴물에 무차별 소송을 당하고 협상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게 되는 이유가 밝혀진 셈이다.

업계에선 NPE의 불법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정부·산업계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내부에서도 지금보다 경각심을 더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된다.

檢, 영업비밀 누설 혐의 삼성전자 전직 직원 등 기소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9일 전직 삼성전자 IP센터 직원 A 씨와 특허관리기업(NPE) 대표 B 씨를 영업비밀 누설 등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배임 수·증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유출된 기밀자료는 삼성전자 전문인력들이 NPE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다. NPE는 생산시설이나 영업조직을 두지 않고 소수의 기술 전문가 및 소송 전문 변호사를 고용, 특허권 행사를 통해 이익을 얻는 특허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은 NPE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다. 2024년 미국에서 발생한 국내 기업 연관 특허소송 중 NPE가 제기한 소송 비중이 80.4%다. 미국 전체 특허 소송 중 국내 기업 관련 소송은 4.2% 정도다.

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등이 주로 NPE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특허 관련 소송을 통해 2023년과 2024년 총 4억 2115만 달러(약 6300억 원)를 지급했고 추가 소송도 현재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에서 중국계 NPE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잘 나가는 기업일수록 NPE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셈이다.

NPE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특허 침해를 주장한 후 협상을 벌여 막대한 비용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번 검찰 조사 결과에서도 NPE는 삼성전자 내부 자료로 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고 협상 과정에서의 우위를 점해 결국 3000만 달러 상당의 특허 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삼성전자와 협상 중인 NPE가 정보를 지득하는 것은 '포커 게임에서 상대방이 어떤 패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베팅하는 것'과 비견될 정도로 결정적 정보"라고 설명했다.

특허괴물에 시달리는 삼성전자…불법 행위 엄정 대응 필요

현재 영업 비밀 누설 행위 등에 대해선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된다. 법에선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업계에선 NPE의 불법 행위는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에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상 대응 전략 등 외부에 공개되면 안 될 정보를 유출한 행위는 심각한 범죄"라며 "엄벌을 해야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PE의 공세에 대해서도 정부와 산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NPE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향후 불법 행위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슈퍼사이클의 성과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특허괴물' 문제를 산업 생존 전략 차원에서 다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업 역시 지금보다 경각심을 더욱더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기업이 특허에 대한 중요성을 일단 (지금보다)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지원을 해주고 방책을 세우는 등 같이 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