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금 6.2% 인상 제시에도…노조 "SK하이닉스처럼 달라"

중노위 2차 조정회의 조정중지…노조, 쟁의권 확보 돌입
주주 가치 훼손·노노 갈등 격화·미래 재원 고갈…우려 고조

삼성 13개 계열사 연합 노조인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소속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과급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2025 9.30 ⓒ 뉴스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 간 임금 및 성과급 협상이 결렬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노사 협력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측이 노조 제안을 일부 수용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복지 및 보상안을 제시하며 양보에 나섰음에도 협상이 결렬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노조는 경쟁사 수준의 처우를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쟁의권 확보 절차에 돌입,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상한제 폐지' 두고 평행선…노조, 총파업 예고

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 노사의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에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사측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전례 없는 수준의 복지 및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며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

실제 사측은 전날 열린 2차 회의에서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기준을 종전 입장에서 한 발짝 양보하며 노조의 성과급 투명화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사측은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와 '영업이익의 10%' 중 직원이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또 노조 요구인 성과급 상한 폐지 대신 실질적으로 모든 임직원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종합 보상 패키지를 제안하며 합의를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영업이익 100조 달성 시 OPI 100% 추가 지급 △임금 인상률 6.2%, 전 직원 자사주 20주 지급 △직급별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 상향 및 고정시간외수당 시간 수 축소 △복리후생 강화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OPI 상한 자체를 폐지할 것을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삼성전자 노조 3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은 공동투쟁본부로 전환하고 쟁의권 확보에 나섰다. 중노위 조정 결렬에 따라 쟁의 행위를 위한 법적 요건을 갖추게 되면서다.

6만 5000여 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최대 노조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사내 메일로 쟁의를 예고했다.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22.09.07 ⓒ 로이터=뉴스1
투자 재원 부족·주주 반발에 노노갈등 가능성…성과급 상한 폐지 우려↑

이를 두고 업계 및 금융권에서는 △주주 소외 △미래 투자 여력 약화 △노노갈등 비화 등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업이익 기준 보상 제도는 자본 비용을 고려하기 전 성과급을 먼저 떼기에 투자자들은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인식한다는 분석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 10% 임직원 보너스' 정책은 주주 입장에서는 급격한 비용 증가로 비친다"며 "3월 주주총회에서 강력한 주주 환원 요구로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번 돈이 주주보다 임직원에게 먼저 배분되면서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친화 경영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꼬집은 것.

실제 지난해 SK하이닉스(000660) 노사가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하기로 합의했을 때 주주와 시장의 반발이 컸다. 증권가는 당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제도는 재무적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회사 미래를 위한 재투자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속 성장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고려하지 않고 영업이익을 먼저 나눠 먹는 구조여서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에 현금을 충분히 확보해 불황기에 대비해야 하는데, 영업이익의 10%를 고정적으로 지급하고 상한까지 없애면 비용 구조가 비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기준 보상제도는 과도한 보상으로 이어져 미래 경쟁력을 위한 R&D 투자와 시설 투자 재원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과급 상한 폐지라는 노조 측 주장이 오히려 '노노 갈등'을 부추긴다는 논란도 있다.

상한이 사라지면 실적이 좋은 일부 사업부는 일시적으로 막대한 보상을 받게 되지만 업황에 따라 실적 달성이 어려운 대다수 사업부 임직원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서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두고 직원들 간 시각 차이가 뚜렷하다"며 "자칫 조직 결속력을 해치는 노노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