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화염 확산…화학·에너지·항공 '울상' 방산 '새 시장 열리나'

유가 상승, 기업 생산비용 증가…물류비 증가도 '부담'
'시장 위축' 최악 시나리오…업계, 장기전·확전 예의주시

이란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를 선언하는 등 중동 분쟁 격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2일(현지시간)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6.28% 급등한 배럴당 71.23달러에, 5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6.7% 급등한 베럴당 77.74달러에 장을 마쳤다.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신현우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중동 지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원유·천연가스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생산비가 증가하고 물류비용까지 급증하면서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환율 상승 역시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과 항공, 가전 등은 비용 증가와 수요 감소에 직면했다. 올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반면 정세 불안에 따른 무기 수요 증가로 방산업계 등 일부 업종은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와 해운도 단기적으로는 수혜가 예상된다.

유가 상승으로 생산·물류비 '부담'…중동지역 시장 축소 '판매 감소'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자재와 물류비 가격이 오르고 있다. 3일(2일 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약 72달러,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약 78달러 안팎을 기록해 전일 대비 약 6~7%대 급등했다. 시장에선 유가가 한동안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가가 상승하면 우리나라 수출은 감소하고 기업의 생산비용이 증가한다. 업계가 유가 상승을 경계하는 이유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수출은 0.39% 감소하고 수입은 2.6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단가는 2.09% 상승하지만 수출 물량이 2.48% 감소, 수출액은 0.3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역시 수입단가 상승 영향으로 수입액이 증가한다.

유가가 10% 상승하면 기업 생산비용은 0.38%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조업은 평균 0.68%, 서비스업은 0.16%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에너지 비중이 큰 업종일수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 업종 중 미국·이란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석유화학 업종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한 석화 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납사 가격이 오르기에 어려운 시기"라며 "시황이 좋다면 유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엎어서 스프레드를 유지하지만 지금은 공급도 많다 보니 그렇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경우에는 원료 부족으로 가동률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항공업계 역시 유가 부담에 직면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항공사 전체 비용이 3%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틸리티, 화학, 항공운송 등이 원가 부담 확대로 인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가전업계 역시 시장 축소, 물류비 증가 등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가, 환율이 오르면서 물류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대체 경로도 확보해야 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라고 전했다. 게다가 중동 현지 시장이 위축되면 결국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우리 수출 기업들은 오만의 주요 항만에서 하역 후 내륙 또는 연안 소형선을 통한 대체 루트를 활용해야 한다. 우회 루트를 이용하면 기존 해상운임 대비 최대 50~8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육로 운송과 국경 통관 등으로 인한 3~5일가량의 운송 지연도 예상된다. 운송 지연 역시 결국 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종합상사 업계 역시 트레이딩 감소, 물류비 증가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전쟁이 길어지고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면 거래 물량이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업종은 물류비용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영향은 다소 제한적이다. 물론, 전쟁이 장기화하면 글로벌 IT 수요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감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 상황 변화는 현재로선 예측할 수가 없다"며 "우리도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동사태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3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시세가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6원 상승한 1462.3원에 개장했다. 2026.3.3 ⓒ 뉴스1 최지환 기자
정유·해운, 단기적 수혜…건설업계, 인프라 재건 발주 '기회 요소'

일부 업종은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방산업계가 대표적이다. 'K-방산'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 중인 우리나라 방산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의 수요 폭증으로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LIG넥스원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중동에서 대공 미사일이 급속도로 소진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대공무기 계약을 맺은 중동 국가들은 조기 납품을 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당국에서의 추가 발주 및 기타 무기체계 신규 발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단기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비축한 물량이 대부분 한 달이기에 그 이후에는 시장 수요 감소 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해운업 역시 단기적으로 우회 항로·위험 프리미엄에 따라 운임이 급등할 전망이지만 장기화 시 수요 위축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HMM 관계자는 "유가와 보험료 상승에 따라 해당 구간 운임이 일시적으로 20~30%가량 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단기적으로 원가 부담 확대와 공기 지연을 예상한다. 동시에 장기적으로 중동 지역 재건을 위한 발주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지난해 우리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472억 6468만 달러다. 이중 중동 비중은 약 25% 수준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원가 상승 부담이 있고, 물류 리스크로 인한 공기 지연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전쟁으로 파괴된 에너지·안보 인프라 재건 발주는 기회 요소로 인식될 수 있고, 향후 이란 시장 개방도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이스라엘과 미군의 공격으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2026.03.02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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