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구광모 만난 룰라 대통령 "대대적 투자 해달라"(종합)

"15년째 교역액 110억달러…한-브라질 경협 장기 공백 안타까워"
삼성·현대차·LG·HD현대 총수와 차담회…"브라질에 투자 요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지니스 포럼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회장, 정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2026.2.23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박기호 나혜윤 기자

"한-브라질 교역액은 2010년에도, 2025년에도 110억 달러입니다. 양국 정치 관계에 비해 너무나도 소극적인 규모입니다."

2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을 만나 "한국과 브라질의 협력은 장기간 공백 상태에 놓여있었다"며 대대적인 경제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인협회와 브라질 수출투자진흥청(ApexBrasil)이 공동 개최한 '한-브라질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양국 교역은 단순히 원자재를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과학적 점프'를 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세계 2위 반도체 생산국이고, 배터리 산업에서도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브라질은 모든 첨단 전자·전기 생산에 절대 필요한 광물을 소유하고 있다. 우리는 믿을 만한 파트너"라고 거듭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21년 전 국빈 방문 때보다 규모가 2배 커진 300여명의 경제사절단과 한국을 찾았다. 세계 3대 항공기 제조사 중 하나인 엠브라에르의 프란시스쿠 고메스 네투 회장, 중남미 최대 에너지 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마그다샹브리아르 최고경영자(CEO) 등 브라질 주요 기업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날 포럼에는 룰라 대통령을 비롯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우알라시 모레이라 리마 브라질 개발·산업·통상·서비스부(MDIC) 차관, 류진 한경협 회장, 조르지 비아나apexBrazil 회장 등 양국 정부 고위급 인사 및 기업인 400여명이 참석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지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2.23 ⓒ 뉴스1 안은나 기자

한-브라질 양국 경제계는 이날 포럼에서 첨단제조·전략광물·인공지능(AI), 농식품, 헬스·라이프스타일 산업을 3대 협력 분야로 선정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울러 첨단제조업·핵심광물, AI, 식품·미용·건강 소비재 등 6개 분야에서 양국 기업 간 양해각서(MOU)가 맺어졌다. MOU를 체결한 우리 기업은삼성바이오에피스, SK바이오팜, 젠바디, 녹십자엠에스, 옵토레인 등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 총수들이 직접 행사장을 찾아 '눈도장'을 찍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포함한 재계 총수들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의 국빈 만찬에 참석, 이날 포럼에서 맺어진 MOU를 비롯한 대(對)브라질 투자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총수들은 이날 룰라 대통령의 기조연설 전 약 1시간 동안 비공개 차담회를 갖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차담회에서 한-브라질 경제협력이 장기간 방치됐던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국내 기업들의 대(對)브라질 투자 확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룰라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브라질에 한국의 대기업을 유치하길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브라질 핵심 산업단지인 상파울루와 마나우스에 스마트폰·생활가전 생산법인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팩토리, 기업 간 거래(B2B) 디지털 전환, 공급망 현지화 등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32년까지 브라질에 11억 달러(약 1조6000억 원) 투자를 공식화했는데, 상파울루 공장을 기반으로 전동화 투자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LG전자는 기존 마나우스 공장 외에 파라나주 지역에 신공장을 신축하는 등 글로벌 사우스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특히 2030년까지 브라질 매출액 2배 성장을 이뤄낸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브라질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브라질에서 생산 공장과 부품센터를 운영하며 굴착기 등 건설장비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지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2.23 ⓒ 뉴스1 안은나 기자

브라질은 인구 2억1000만 명 넘는 중남미 최대 내수시장이자, 세계 3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 이날 포럼에선 △첨단제조·전략광물 및 AI △헬스·라이프스타일 및 창의산업 △농식품 산업 등 양국 간 3대 경제협력 의제들이 중점 논의됐다.

먼저 '헬스·라이프스타일·창의산업' 세션에서는 남미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는 K-콘텐츠를 중심으로 문화콘텐츠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브라질의 풍부한 화장품 원료와 K-뷰티 산업 간 협력 가능성도 모색했다.

'농식품 산업' 세션에서는 안정적인 농축산물 공급국인 브라질과 가공·유통·브랜드 역량을 보유한 한국 기업 간 협력 모델이 제시됐다. '첨단제조·전략광물·AI' 세션에선 자원 부국 브라질과 제조 강국 한국의 산업 역량을 결합, 기존 제조 협력을 '첨단 산업 협력'으로 격상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류진 회장은 "브라질은 식량·에너지·항공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자원 강국이자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큰 국가"라며 "양국은 교역 중심 협력을 넘어 투자와 산업 협력 중심의 공동 번영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관 장관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장 다변화가 중요하다"며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TA) 협상 재개가 양국 간 무역·투자 확대와 안정적인 통상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비아나 ApexBrasil 회장은 포럼 논의 결과를 룰라 대통령과 양국 정부 인사들에게 공유한 뒤 "이번 포럼이 양국 경제협력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은 산업의 90%를 디지털화 목표로 삼고 있어 한국의 반도체 기술 및 스마트 제조 설루션 기업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으며 한류 성공에 영감을 받아 영화 및 게임 산업 개발에 한국기업과의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ApexBrasil 관계자는 “룰라 대통령은 2027년까지 3000억 레알(약 84조원)을 투자하는 신산업 브라질 계획을 2024년 발표하고 추진 중”이라며 “이 프로그램은 한국기업에도 브라질 투자의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