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에 품목관세 부과하나…업계 '가능성 낮다' 왜?

반도체 관세, 美에도 부담…빅테크가 비용 떠안아야
韓, 메모리 반도체 70% 이상 점유…美 대체재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품에서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2.20. ⓒ 뉴스1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미국이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응해 '반도체 품목관세'를 예고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품목관세를 확대할 수 있지만 반도체 관세는 미국에도 실익이 없고 오히려 미국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한국 메모리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 역시 관세 부과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다만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기에 잔뜩 긴장한 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 관세 시사했던 트럼프…美 빅테크 부담 큰데 '과연?'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아무런 제재 없이 미국을 갈취해 온 많은 국가에 대한 10% 글로벌 관세를 법적 검증을 거친 최대 수준인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24일 오전 0시1분(한국 시간 오후 2시1분)부터 부과하는 글로벌 관세는 기존 10%에서 15%로 인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는 대통령 포고문·부속서 조정만으로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대상 품목 확대, 관세율 인상 등 조정을 할 수 있다"며 "백악관은 주요국과의 협상에 따라 근시일 내 반도체 및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 조치 확대·강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 전부터 반도체 관세 부과 가능성을 꾸준히 시사해 왔다.

우리 반도체 업계는 품목관세라는 '리스크'는 분명 존재한다고 판단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품목관세 가능성은 이전부터 나왔다"면서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관세는 자국 기업 보호가 목적인데 반도체 관세는 자국 기업에 피해를 미치는 것이기에 그간 관세 부과를 안 하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도 "반도체 관세가 부과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국 내 빅테크 등 고객사가 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통해 미국 물가는 상승하기에 반도체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반도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반도체에 대한 품목관세가 지정되면 부담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이 떠안아야 한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결국 제품 가격은 인상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의 지난해 1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하며 예상을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기업들이 새해 들어 잇달아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간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했지만 한계에 부딪히자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고 WSJ은 분석했다. 반도체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 내 물가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대체재' 없는 韓 반도체…일단은 '예의주시'

게다가 우리나라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미국에선 별다른 대체재가 없는 데다 공급 우위 시장이 형성됐기에 쉽사리 반도체 관세 카드를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한 중국과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자국 내 빅테크 기업에 대한 부담 상승은 제살깎기만 될 수밖에 없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품목관세 지정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자국 이익으로 연결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와 업계는 미국이 관세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미국의 반도체에 대한 품목관세 지정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대만의 상호관세 협상이 끝났으니 그다음에는 (반도체 품목관세 지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상호관세만 언급이 되고 있기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금은 예의주시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