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다 한다더니"…자동 자막 늘수록 더 바빠진 이 직업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AI가 기록을 대신한다고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오히려 일이 더 늘고 있습니다."

11년 차 경찰청 해바라기센터 메인 속기사 윤성민 씨(35)는 최근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윤 씨는 "자동 자막이 확대되면서 AI가 초벌을 만들고, 사람이 검수·보완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공공·수사 기록처럼 책임이 따르는 영역에서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질 직업으로 자주 언급돼 왔던 속기사 직업이 최근 새로운 흐름을 맞고 있다. AI 음성 인식과 자동 자막 기술이 공공 영역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속기사의 업무 영역과 수요가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한국AI속기사협회 제공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정부 국무회의 생중계에 처음 도입된 실시간 자막 서비스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0일 국무회의 생중계 화면에는 대통령과 참석자들의 발언이 실시간으로 문자화돼 송출됐다. 정부는 향후 AI 기반 자동 자막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국민 접근성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본다. 국무회의처럼 국가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실시간 자막이 도입됐다는 것은, 향후 공공회의 전반에서 자막 서비스가 상시적·제도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자동 자막이 확대되면, 이를 관리·검수·보완하는 전문 인력의 필요성도 함께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이미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수사·조사 기록, 법원 제출용 회의록 등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다.

회의 건수가 증가하고 기록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속기사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현장 관계자들은 "AI가 일부 업무를 보조하지만, 기록의 책임과 법적 효력을 담보하는 역할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영상 콘텐츠와 라이브 방송 시장 역시 속기사 일자리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유튜브, OTT, 온라인 세미나 등 실시간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자동 자막 기술이 활용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AI 초벌 자막을 속기사가 실시간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라이브 자막 검수, 품질 관리, 콘텐츠 자산화 등 새로운 형태의 업무가 생겨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AI 도입은 단순 대체가 아니라 업무 구조의 분업화"라고 말한다. 속도와 초벌 생성은 AI가 맡고, 정확성과 책임은 사람이 맡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기존에 없던 협업 기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AI 기술이 국정 운영과 공공 서비스 영역까지 확산하는 지금, 속기사는 단순 기록자를 넘어 자동화 자막 시대의 품질 관리자이자 책임 인력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