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올해 턴어라운드" 이유 있는 자신감…복병 '트럼프'
작년 전기차 수요 정체·보조금 절벽 직격탄…LG엔솔 제외 '적자'
AI 열풍 ESS 시장 돌파구…생산라인 전환·대규모 수주 승부수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올해는 턴어라운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인방이 올해 실적 회복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미국의 보조금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는 다르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업체가 장악했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에 나설 예정이고 북미의 에너지저장시설(ESS)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견제가 더 강화되면서 K-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온실가스 규제'를 사실상 철폐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이 더 부진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ESS보다 3~4배 정도 더 크기 때문에 ESS로 전기차 부진을 상쇄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SDI(006400)의 매출은 13조26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조7224억 원에 달했다. SK온의 지난해 매출은 6조9782억 원, 영업손실은 9319억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해 전체로는 1조346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12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실적 부진은 전기차 캐즘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배터리 공급 물량도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25만7792대로 전년 대비 1.2% 증가에 그쳤다.
올해도 북미 지역의 전기차 수요 둔화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온실가스 규제 근거로 활용돼 온 위해성 판단 폐기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더욱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유럽연합(EU) 역시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그럼에도 배터리 업계가 올해 턴어라운드를 자신하는 것은 ESS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전력 저장 및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ESS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80GWh에서 2030년 130GWh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간 공급망 갈등도 국내 기업에는 기회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강화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수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대형 수주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와 약 6조 원 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의 ESS 누적 수주 잔고는 140GWh를 돌파했다.
삼성SDI는 테슬라의 대형 ESS 프로젝트인 메가팩 공급 계약을 했으며, 지난해 말 미국 에너지 기업과 2조 원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SK온은 미국 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 공급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확보해 최대 7.2GWh의 공급 계약이 기대된다.
높아지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현지 생산 확대도 본격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 공장과 랜싱 공장에 이어 최근 캐나다에 위치한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자회사로 전환하며 북미지역 생산 거점을 3개로 늘렸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 인디애나 공장 일부 라인을 ESS 생산용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SK온은 테네시 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독자 운영 체제로 전환해 향후 ESS 생산 대응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지 생산 확대는 매출 증가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확대로 이어진다. 공장 가동률 상승은 고정비 부담 감소로 이어져 수익성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ESS 확대가 단기간에 전기차 배터리 부진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ESS의 3~4배 더 크기 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ESS는 안정적인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배터리 산업의 절대적인 수요처는 여전히 전기차"라며 "전기차 시장 회복 여부가 중장기 실적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는 로보틱스 산업 역시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꼽히지만, 로봇 한 대당 배터리 용량이 전기차 대비 작아 단기간에 핵심 수요처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ESS와 로보틱스 등 신시장 확대를 통해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면서 동시에 전기차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ESS는 캐즘 국면에서 실적 방어 역할을 하고, 전기차 수요가 회복될 경우 두 시장이 동시에 성장하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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