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20㎞ 주유소 0개"…주유소 폐업 여파, 이틀에 한곳씩 사라져
전국 주유소, 1년 새 214개 문닫아…경매서도 '찬밥'
전기차 보급 확대로 소비 감소, 알뜰주유소와 경쟁 힘들어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김정유 씨(가명)는 최근 전라남도에 출장을 갔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차량 연료 경고등이 떴는데 인근 20㎞ 이내에는 주유소가 없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동했지만 결국 차는 멈춰서고 말았다. 알고 보니 1만 2363㎢ 면적에 달하는 전라남도에 주유소가 814개뿐이었다. 최근 한 달 사이 3곳이 폐업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경기 침체와 수익성 악화로 주유소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금융 비용 부담 등으로 경매로 넘어가는 주유소도 늘고 있지만 유찰이 거듭되면서 감정가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팔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전기차 보급이 꾸준히 늘고 있어 주유소 업계의 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한국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 오피넷 기준, 전국 지역별 영업주유소는 1만 430개로 집계됐다. 2024년 말의 1만 644개 대비 214개가 감소한 것이다. 지난 1년간 1.7일에 하나씩 문을 닫은 것으로 이틀에 하나씩 주유소가 사라진 셈이다.
전국의 주유소는 감소 추세가 역력하다. 2019년 1만 1466개에서 2020년 1만 1369개, 2021년 1만 1142개, 2022년 1만 954개, 2023년 1만 783개로 꾸준히 감소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오는 2030년에는 1만개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주유소가 문을 닫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일반 주유소는 대부분 영업이익률이 1%대에 그치고 있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주유소를 운영하면 지역 유지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지만 지금은 사실상 적자를 보면서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다.
2011년 알뜰주유소가 등장한 이후 조금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출혈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국의 일반 주유소는 감소하고 있지만 되레 셀프주유소는 늘고 있다. 한 달 사이 일반 주유소는 30곳 줄었지만 셀프 주유소는 17곳이 늘었다. 인건비라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올려서 버티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경매로 넘어가는 주유소도 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 진행 건수는 258건이다. 2023년(119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2024년에도 155건이었다. 경매로 넘겨졌지만 낮은 수익 기대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매각률은 2023년 38.70%였지만 2024년에는 28.40%, 지난해는 24.40%로 감소했다. 매각가율 역시 2024년 69.50%에서 2025년에는 69.10%로 줄었다.
지난해 경남 창녕군의 한 주유소는 경매에서 감정가가 12억 5525만 원이었지만 4번의 유찰 끝에 3억 3100만 원에 팔렸다. 매각가율은 26.40%였다. 그것도 응찰자는 한 명뿐이었다. 충남 홍성군의 한 주유소 역시 감정가가 2억 6327만 원이었는데 유찰만 3번 된 후 절반에도 못 미친 1억 79만 원에 매각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에 나온 주유소는 (대부분) 외곽에 있기에 개발이 제한적이고 토지 정화에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해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이 낮게 나온다"고 전했다.
주유소 업계의 경영난은 갈수록 수익성은 악화하는데 경쟁 역시 쉽지 않은 까닭이다. 유가가 오르면 주유소 업계는 재고자산 평가 손실 위험이 커지고 소비 역시 줄어들어 영업이익률이 떨어진다. 소비자들은 리터당 1원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 경향도 커졌기에 알뜰주유소는 붐비지만 일반주유소는 파리만 날리게 되는 형국이다.
주유소의 위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 도입도 늘고 있어 주유 업계의 고충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2만 177대로 전년(14만 6734대) 대비 50.1%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등록된 전기차는 총 89만9000대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차량 1대가 1년간 소비하는 연료(휘발유·경유)는 800~1000리터(L)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전기차 보급으로 자동차용 연료 소비가 약 7.2~9억 리터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전국 주유소 숫자와 전기차 등록 대수를 비교하면 전기차가 1만대 증가하는 동안 주유소는 약 17개가 감소했다.
국내 주유소 업계는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알뜰주유소의 불법 유통 행위 근절, 알뜰주유소에 나눠주는 인센티브를 주유소 경영난 해소에 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계속 늘고 있고 알뜰주유소는 증가하고 있어 일반 주유소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유통업계에선 알뜰주유소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를 중단해달라고 하지만 움직임은 없기에 상황이 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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