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1호 사건 '무죄'…경제계 "경영책임자 정의 명확히 해야"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중처법 위반 혐의 1심 '무죄'
"중처법 개정 안하면 모호성 계속" "다른 재판도 참고"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10일 경기 의정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 회장은 이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6.2.10 ⓒ 뉴스1 양희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경제계는 10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1호 사건으로 불구속기소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영책임자'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처법에선 '경영책임자'에 대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앞서 2022년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 사업소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처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한 1호 사건이다. 이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과 전현직 임원 2명, 양주사업소에서 직접 근무하며 안전 관리 업무를 맡았던 직원 3명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판사 이영은)은 이날 정 회장이 중처법상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려워 범죄 증명이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경영책임자 범위 명확하게 판단돼 혼란 줄어들 것"

한 재계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중처법 입법 당시 모호한 경영책임자 규정과 과도한 처벌이 예상돼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이날 판결로)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좀 더 명확하게 판단돼 산업 현장에 혼란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 총수가 중처법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다가 오늘 사법부에서 판단을 내려준 것으로 본다"며 "기준까지는 아니지만 현시점에선 (다른 재판에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도 "중처법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정의나 개념이 법령상 기준만 봤을 때 명확하지 않다"며 "삼표의 경우 고용노동부에선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기소했다가 검찰이 정 회장으로 바꾼 것인데 수사기관도 누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2년 삼표산업의 이종신 전 대표이사 등만 검찰로 넘겼지만 검찰은 경영책임자를 정 회장으로 보고 기소했다.

이 경제단체 관계자는 "1호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기는 했지만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경영책임자가 회장이냐, 대표이사냐, CSO인지에 대한 모호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책임자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에 사업장에서 안전사고 관리 노력을 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형사 처벌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며 "결국 사회적인 논란만 일으키고 중대재해 예방 노력에도 중처법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처벌보다 예방으로 시급한 법 개정 필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시급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삼표그룹 사례만 보더라도 사고가 발생한 2022년 1월 29일 이후 4년 만에, 2024년 4월 첫 재판이 열린 지 2년여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중처법을 처벌보다는 예방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번 1심 판결을 계기로 재차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중처법이 여전히 형법상 고의범에 해당하는 하한형의 처벌(1년 이상 유기징역) 규정을 가지고 있는 등 과실에 의한 처벌로는 과한 측면이 있어 보완이 다소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재판부 역시 "피고인이 중처법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재판 쟁점은 중처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여부인데, 정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현안을 공유한 자리가 안전보건경영상 결정을 내리는 자리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양주사업소에서 직접 근무하며 안전 관리 업무를 맡았던 직원 3명에 대해선 금고 1년 6개월~1년,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다. 삼표산업 주식회사도 1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