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젠슨 황 '치맥 회동'…HBM 넘어 AI 동맹 재확인

미국 실리콘밸리 위치한 한국식 치킨집에서 회동
HBM 동맹 강화 넘어 AI사업 협력 전반 논의한 듯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으로 부터 SK하이닉스의 HBM4 반도체 웨이퍼를 선물로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1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만나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넘어 차세대 AI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재확인한 자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황 CEO와 회동을 가졌다. 양측은 엔비디아가 올해 선보일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적용될 HBM4(6세대 HBM) 공급 계획을 비롯해 중장기 AI 사업 협력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만남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차세대 HBM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최대 공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의 회동 자체가 차세대 HBM 공급 구도를 가늠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고객과 협의한 일정에 맞춰 HBM4 양산을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생산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지만 고객 수요를 100% 충족하기는 어려워 일부 경쟁사의 진입이 예상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럼에도 성능과 양산성, 품질을 기반으로 한 주도적 공급사 지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역시 설 연휴 직후 HBM4 세계 최초 양산 공급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HBM4 점유율이 최대 7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회동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에서도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 지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계기로 해석된다.

이번 만남의 의미는 HBM 공급 논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양측은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 모듈인 소캠(SOCAMM)과 낸드플래시,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메모리 반도체 전반과 AI 인프라 영역에서의 협력 가능성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AI 가속기 성능 경쟁이 메모리 구조와 전력 효율, 데이터 처리 방식 전반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메모리와 시스템을 함께 설계하는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SK그룹이 지향하는 '종합 AI 설루션 공급사'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사명을 'AI 컴퍼니'로 변경하며 AI 반도체 및 설루션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재편하고 있다. 최 회장 역시 고성능 메모리 공급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전반에서 고객에게 최적의 설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최 회장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이번 만남의 무게를 더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SK아메리카스 이사회 의장과 SK하이닉스 아메리카 회장을 맡아 북미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SK아메리카스는 SK그룹의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핵심 거점으로, 글로벌 AI 생태계와의 전략적 협업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과 황 CEO의 만남이 단순한 공급 협의를 넘어 AI 반도체–서버–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두 사람의 회동 이후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협력이 본격화됐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만남 역시 차세대 AI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