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 바꾼 '이건희 컬렉션'…美 워싱턴서 4만명 홀렸다

워싱턴 DC 전시회 성황리에 종료 예정…글로벌 전시 '계속'
"이건희 컬렉션 기증 후 작품 기증 의사 표명 문의 급증"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특별전에 전시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감상하고 있다. 2025.11.17.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지난해 말부터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이건희 컬렉션(KH 컬렉션) 전시 방문객이 4만 명을 돌파했다. 오는 1일 막을 내리는 이건희 컬렉션 전시는 오는 3월에는 미국 시카고박물관, 9월에는 영국 대영 박물관에서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 총수 일가는 미국을 찾아 이건희 컬렉션 전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고 이건희 선대 회장의 문화보국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갈라 행사도 개최한다. 전시회가 주목을 받으면서 기부 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바꾼 KH 컬렉션의 사회적 파급력도 다시 조명 받고 있다.

두 달 반 동안 진행된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문화보국 정신 알려

28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가 오는 2월 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는 작년 11월 15일 개최, 현재까지 방문객이 4만 명을 넘어섰다.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이건희 컬렉션 전시 기념 갈라 행사도 28일(현지시간) 열린다. 행사에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가(家)가 참석한다.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 경영진 역시 미국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 미국 정·재계 인사도 대거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행사에서 직접 환영사를 통해 이 선대 회장의 문화보국 정신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국보 7점을 비롯해 총 330여 점의 KH 유산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오드리 추(예명 오드리 누나)도 전시장을 찾아 "가슴과 머리가 가득 차 있는 느낌"이라며 "한국 예술의 역사, 문화, 발전에 대해 배우는 건 감동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갈라쇼에 앞서 스미스소니언 재단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이 개최한 심포지엄에선 KH 컬렉션의 의미와 평가가 오갔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지난 2021년 이 선대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000여 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마련을 위해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을 뒤로하고 고인의 유지에 따라 기부를 결정했다.

국보 14건, 보물만 46건 등 가치를 환산하기조차 어려운 국보급 문화재가 국립중앙박물관(2만 1600점), 국립현대미술관(1600여점)을 비롯해 전국 미술관에 골고루 기증됐다. 국내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감상하려는 인파가 줄을 이었고 지난해부터 세계 주요 박물관에 작품을 전시하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6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국보급 기증 문화재 ‘이건희 컬렉션’의 성공적인 첫 해외 전시를 기념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1500년 한국 미술사를 관통하는 걸작으로 현지 관람객과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은 이건희 컬렉션은 오는 3월 미국 시카고박물관, 9월 영국 대영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전시를 이어간다. 2026.1.26/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KH 컬렉션, 한국 문화 예술 수준 끌어올려…韓 정체성 보전"

문화계에선 KH 컬렉션의 전례 없는 규모와 다양성에 주목하면서 기증을 통해 한국 문화 예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호평했다. 특히 대를 이은 삼성가의 수집 철학은 해외로 유출될 뻔한 국보급 문화재와 저평가된 민속 미술품을 지켜내고 이를 국가에 기증,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보존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의 방대한 소장품 가운데 기증품 비율이 낮다는 점에서 이건희 컬렉션 기증은 이례적이었다"며 KH 컬렉션이 기증된 2021년은 한국 미술품 수집 역사의 이정표를 세운 해였다고 설명했다.

이사빈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이건희 컬렉션은 박물관의 소장품 구입 예산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작품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기증품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희귀하고 구하기 어려운 20세기 초반 작품이 많아 한국 근현대 미술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건희 컬렉션 기증은 자선·사회공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변화시켰다"며 "현재 박물관 소장품 담당 부서에는 작품 기증 의사를 표명하는 예술가, 유족, 수집가의 문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증에 대한 대중의 긍정적 인식 변화가 생겼고 이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라고 했다.

이수경 국립춘천박물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은 까치와 호랑이 등 민화가 다수 포함됐는데 지난해 까치와 호랑이를 재해석한 캐릭터가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에 힘입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든 관련 캐릭터 문화 상품이 9만개 이상 팔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아본 수집가의 안목과 의지로 문화유산이 되살아난 사례"라며 "석조물도 대중의 관심이 없었으나 '이건희'라는 기증자의 이름 아래 가치 있는 전시품으로 격상됐다"고 전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