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잠수함 수주전 막바지…'기술 이전·원유 구매·수소' 총동원
잠수함 성능 격차 크지 않아…절충교역·산업 기여가 최대 변수
'팀 코리아', 투자·고용·공급망 카드 승부…정의선 메시지 관심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CPSP)' 대상자 선정이 임박하면서 한국 주요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 다양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종 후보인 한국과 독일의 잠수함 경쟁력이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캐나다 정부가 요구하는 절충교역과 산업 기여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CPSP는 캐나다 해군이 노후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3000톤급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도입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현재 한화오션(042660)·HD현대중공업(329180)으로 이뤄진 한국 '원팀'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이 숏리스트(적격 후보)에 올라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독일 간 잠수함 자체의 성능 차이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에서, 독일은 캐나다와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각각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캐나다 정부가 제시하는 절충교역과 산업 기여 방안이 수주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캐나다는 '바이 캐네디언'(Buy Canadian) 기조 아래 방산 조달을 자국 산업 육성과 연계된 전략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캐나다 정부가 한국에 현대차의 현지 공장 설립을, 독일에 폭스바겐 추가 시설 등을 입찰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기조에 국내 기업들은 적극 대응하고 있다. 수주전의 최전선에 있는 한화는 캐나다 현지 기업 5곳과 잇따라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현지화 전략을 구체화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잠수함 공급을 넘어 현지 산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최대 철강 업체인 알고마 스틸과 손잡고 잠수함 건조와 유지·정비·보수(MRO)에 필요한 강재 공급과 생산 기반 구축을 추진한다.
한화시스템은 캐나다 위성통신 기업 텔레셋과 우주기업 MDA 스페이스 등과 협력해 위성통신, 전자광학, 인공지능(AI), 우주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잠수함 운용 지원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 패키지를 현지 맞춤형으로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HD현대도 조선과 에너지를 아우르는 산업 협력 카드를 내놨다. 우선 캐나다가 잠수함을 안정적으로 운용·보수할 수 있도록 운용·정비 지원 방안과 기술 협력 모델을 제안했다. 현지 조선소의 역량 강화를 위한 노하우 공유도 포함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004050)를 중심으로 캐나다 원유 업체와의 대규모 원유 도입 협력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캐나다 주요 대학·연구기관과 조선·제조업은 물론 AI, 바이오 등 첨단 연구·개발(R&D) 분야에서의 공동 협력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산업 협력 행보도 이번 수주전에서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은 정부 특사단에 합류해 캐나다를 직접 방문, 지원에 나섰다.
정 회장이 직접 방문한 만큼 현대차가 제시할 투자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와 미래 모빌리티, 제조 분야에서 캐나다와의 협력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완성차와 에너지, 공급망 협력은 캐나다 정부가 중시하는 산업 기여 기조와 맞아 떨어진다. 정 회장이 어떤 구상을 내놓느냐가 잠수함 수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제단체와 정부도 수주 총력전에 동참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 등 '팀 코리아' 핵심 경영진과 함께 경제사절단을 캐나다에 파견했다. 여기에는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 정무경 고려아연 사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캐나다기업연합회(BCC)와 공동으로 '제3차 한국-캐나다 최고경영자(CEO) 대화'를 열고 방산과 모빌리티, 에너지, 광물을 아우르는 첨단·전략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배터리와 소재 기업 대표들도 참석하면서 이차전지와 핵심 광물 분야 협력 가능성도 함께 거론됐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등 정부 특사단도 캐나다 주요 인사와 만나 방산과 첨단 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기업과 정부의 이같은 지원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외교·산업·공급망 전략이 결합한 국가 단위 프로젝트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이 향후 K-방산의 북미 시장 확장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인 수주 성과를 넘어 철강, AI, 위성통신, MRO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협력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단일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산업 협력 경쟁"이라며 "K-방산의 기술력과 공급망 경쟁력을 동시에 입증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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