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 시대' 시총 상위기업 유통주식 비율 절반 불과…대기업은 더 낮아

유통주식 비율 57.3→57.1% 하락…특수관계인 지분율 39.3→39.7% 확대

(자료제공 = 리더스인덱스)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한국 증시가 오천피 시대를 열었지만 정작 시장을 떠받치는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의 실질 유통 주식 수는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의 유통 주식 비중이 작았다. 유통 주식 비중은 작아지는데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7일 리더스인덱스가 시총 상위 300대 기업 중 2022년부터 2025년 반기까지 비교 가능한 266개 사의 실질 유통 주식수를 조사한 결과(2026년 1월 21일 기준) 지난해 실질 유통 주식 비율은 평균 57.1%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2000~3000선을 오가던 3년 전(57.3%)보다 0.2%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실질 유통 주식은 시장에 풀려 있어 일반 투자자가 접근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 물량이 풍부해야 변동성 리스크가 줄고 원하는 시점에 쉽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일본 프라임 시장에선 유통 주식 비율이 35% 미만인 기업은 상장을 유지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을 정도다.

266개 상장사의 총 발행주식 수는 2022년 342억 579만 주에서 2025년 반기 350억 390만 주로 소폭 증가했고 이 기간 유통 주식 수도 217억 5014만 주에서 219억 3773만 주로 증가했다. 다만 유통 주식 수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p 낮아졌다.

이 기간 자사주 평균 지분율 역시 0.2%p(3.4%→3.2%) 줄었으나, 대주주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39.3%에서 39.7%로 0.4%p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특수관계인 지분 확대가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물량을 가로막은 셈이다.

국내 증시의 유통 주식 현황을 일본 기준(비율 35% 미만 시 퇴출)에 적용하면 조사 대상 266개 기업 가운데 26곳이 당장 기준에 미달한다. 시총 상위 기업의 약 10%가 퇴출 대상이라는 얘기다.

시가총액의 큰 축을 담당하는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들의 유통 부족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대기업집단 상장사 148곳의 유통 주식 비율은 3년 새 0.8%p 하락한 53.5%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 감소폭(0.2%p)의 4배 수준이다. 반면 비(非)대기업집단 상장사는 같은 기간 유통 주식 비율은 0.7%p 상승(61.0%→61.7%)했다.

개별 기업으로 유통 주식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산업이다. 2025년 반기 기준 12.1%였다. 3년간 유통 주식 비중이 2.9%p 늘었지만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87.9%까지 치솟았다. 그 뒤를 이어 교보증권(14.3%), 미래에셋생명(15.1%), LG에너지솔루션(18.2%), 가온전선(18.4%), 삼성카드(20.2%), 현대지에프홀딩스(22.8%), 현대오토에버(24.7%), SK가스(25.1%), 삼성바이오로직스(25.7%), HD현대중공업(25.6%), 포스코인터내셔널(26.2%), 롯데지주(27.0%), LS마린솔루션(29.0%), LS에코에너지(29.3%), 아모레퍼시픽홀딩스(31.8%), 오리온홀딩스(32.1%), SK바이오사이언스(33.5%) 등도 유통 주식 비율이 35%를 밑돌았다. LS마린솔루션의 경우 3년새 유통 주식 비율이 34.6%p 급락(63.6→29.0%)해 전체 상장사 가운데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비대기업집단 중에서도 실질 유통 주식 비율이 35% 미만인 곳은 SNT다이내믹스(22.1%), 한일시멘트(24.3%), 케어젠(26.6%), 동서(31.2%), 기업은행(31.5%), STX엔진(32.1%), 대웅(32.3%), 피에스케이홀딩스(32.8%) 등 8곳으로 조사됐다.

실질 유통 주식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휴림로봇으로 92.9%에 달했다. 이어 우리기술(91.5%), 펩트론(91.2%), 신한지주(91.1%), 우리금융지주(90.8%), HLB(90.3%), BNK금융지주(88.2%), KT(88.0%), iM금융지주(87.7%), 오스코텍(87.3%) 등의 순이었다. 상위권에 금융지주사가 다수 포함됐다. 지배주주가 없는 업종 특성으로 보인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