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증설', 마이크론 '인수'…HBM 생산능력 확대 해법 달랐다
삼성·SK 국내 증설 박차·마이크론 대만 PSMC 인수
대미 투자 압박 변수…증설 전략 복잡해진 삼성·SK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CAPA) 확보 경쟁에 돌입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대규모 증설에 나섰지만 마이크론은 공장 인수 방식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메모리 업체의 투자 전략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HBM을 중심으로 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생산능력 확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한 '증설'에 방점을 찍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서 P4와 P5 공사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P4는 일부 라인을 메모리 공정으로 전환해 가동 시점을 앞당기고 있으며, P5는 차세대 HBM과 범용 D램을 함께 생산하는 대형 팹(fab)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는 장기적으로 다수의 메모리 팹을 순차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도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국내 투자를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청주 M15X 공장은 HBM4 양산을 목표로 장비 반입이 진행 중이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첫 팹 역시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HBM 생산에 필수적인 TC본더 등 핵심 장비 발주도 이미 이뤄진 상태다.
반면 세계 3위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은 '인수'를 통해 단기간 내 캐파 확보에 나섰다. 마이크론은 최근 대만 반도체 기업 PSMC의 퉁뤄 P5 팹을 약 18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 공장에는 300㎜ 웨이퍼 기반 클린룸이 이미 구축돼 있어, 신규 공장을 처음부터 건설하는 방식보다 생산 투입 시점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마이크론은 이 시설을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의미 있는 수준의 D램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은 미국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뉴욕주 오논다가 카운티에 총 1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메가팹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아이다호 본사 부지에는 연구·개발(R&D)과 첨단 D램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미국 공장의 본격 가동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대만 팹 인수를 통해 단기적인 캐파 공백을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글로벌 투자 환경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기업들의 투자 전략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낮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향후 관세나 정책 변수에 노출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 신규 공장을 짓는 선택지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인건비 부담은 물론, 메모리 반도체에 특화된 생태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다. 이미 진행 중인 평택·용인·청주 투자를 중단하거나 축소해 미국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
이와 달리 마이크론은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정책 환경에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미국 내 전 공정 생산과 대만·일본·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의 후공정·패키징을 병행하는 구조를 통해, 수요지와 생산지를 유연하게 연결하고 있다.
업계에선 HBM을 둘러싼 공급 부족 국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캐파 확보 경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각 사가 처한 정책·지리적 조건이 다른 만큼, 증설과 인수라는 선택의 결과는 중장기적으로 갈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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