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만 AI 만드나요?" 안전 베테랑이 만든 AI…입소문 타고 장관상까지
[AX일잘러③] AI 위험성 평가 'AIR' 개발 이주필 GS파워 팀장 인터뷰
非개발자 뭉쳐 만든 AI모델, 장관상까지…"쉬운 AI 개발이 AX 혁신 key"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코딩을 몰라도, 개발자가 아니어도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인공지능(AI)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집채만 한 중장비가 쉴 새 없이 열과 전기를 뽑아내는 GS파워 부천열병합발전소. 16년 차 베테랑 이주필 안전보건팀장은 분주히 공장을 누비며 설비를 점검한다. 한때 펜과 수첩을 들었던 손에는 얇은 태블릿PC 하나만 들려있다. 이 팀장이 직접 개발해 도입한 AI 안전비서 'AIR'다.
이주필 팀장은 23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공부하고 사업장 안전관리 업무만 16년째 하고 있는 코딩 문외한"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비(非)개발자 출신 현장 직원들이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이제는 협력사에 AI 애플리케이션 공급하는 '배포자'로 탈바꿈한 막전막후를 들어봤다.
'AIR'는 생성형 AI가 공정별 재해 유형 분석→잠재적 위험 요소 발굴→위험 등급 판정→개선대책 제시까지 원스톱으로 수행하는 AI 위험성 평가 시스템이다. 사람이 직접 위험성 평가를 할 땐 빨라도 30분이 소요됐던 작업을 3분 만에 처리한다. 평가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위험 요인까지 찾아낸다.
놀라운 대목은 AIR가 코딩의 '코'자도 몰랐던 비개발자 출신 실무자들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이 팀장을 비롯한 GS파워 안전보건팀 3명과 기술기계팀 2명이 주인공이다. AIR는 지난 2024년 GS그룹이 주최한 AI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해커톤에 출전, 84개 팀 중 최종 10선에 선정된 바 있다.
이 팀장은 "팀 전원이 코딩을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과연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 불안이 앞섰다"면서도 "현업 담당자들이 실제로 불편해하는 지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 문제를 AI로 풀어보자는 순수한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개발 방법은 GS그룹의 노코드(no-code) 기반 AX 플랫폼 '미소'(MISO)에서 찾았다. 개발자가 일상 대화를 하듯 자연어로 명령하면 AI가 알아서 코딩으로 변환해 AI 모델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GS파워 팀은 6개월간 독자 개발한 위험성 평가체계 'P-JSA'를 AI 모델로 구현했는데, 소요 기간은 불과 이틀이 걸렸다고 한다.
AIR가 GS파워 부천 사업에 도입된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문의가 쏟아졌다. 현재는 공정안전관리(PSM) 매칭컨설팅 기업을 통해 시운전 협력사 등 타 사업장까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급기야 PSM 안전 문화 확산 우수사례로 선정돼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장관상까지 받았다.
GS파워는 AIR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AIR2'(가칭)를 개발해 AI 적용에 애를 먹고 있는 중소기업에 무상 배포할 계획이다. 이 팀장은 "AIR2는 현재 98% 정도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라며 "이달 말쯤 결과물이 나오면 부천 사업장에도 새롭게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제조 AI의 핵심은 'AI 개발의 대중화'에 있다고 강조한다. AI 모델이 소수 개발자의 전유물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들이 누구나 필요에 따라 AI 모델을 개발해 현장에 도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AX 혁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주문한 'AI 비즈니스 임팩트'와도 맞닿아 있다. 허 회장은 "이제는 우리가 축적해 온 현장 중심의 도메인 지식과 피지컬 AI를 결합하고, 외부 기술 기업과의 과감한 파트너십을 통해 비즈니스 임팩트를 보여달라"며 활발한 AI 사업화를 주문했다.
이 팀장은 "AI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려면 AI가 운영할 수 있는 기반 데이터 센터, 버티컬 AI(분야 특화 AI) 모델, AI 테스트 베드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AI 실증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팀장은 AI 비즈니스 모델로 '안전보건품질환경'(SHEQ) 시스템 개발을 준비 중이다. 그는 "바이브 AI와 미소를 활용해 SHEQ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AI를 활용한 실시간 사고관리 앱 등 현장에 꼭 필요한 AI 모델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주필 팀장은 "AI를 통해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이 문제를 AI로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현장에서 먼저 질문하기 시작한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거창한 AI보다, 현장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AI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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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전성시대'다. 국민 4명 중 1명이 생성형 AI를 경험하고, 기업 절반이 AI로 업무를 본다. 삼성·SK·현대차·LG 등 선도기업들은 'AI 드리븐 컴퍼니'를 기치로 인공지능 전환(AX)을 가속하고 있다. 선언적 구호에 머물렀던 AX는 이제 손에 잡히는 '실체'가 됐다. 실험실 밖으로 나와 현장을 바꾸고 있는 AX 현주소를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