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이 갈랐다…작년 4분기 정유 '선방' 석화 '부진'
정유업계, 4분기 실적 반등…"정제마진 변동성 따라 실적 흔들릴수도"
구조조정 겹친 석화…"당장 실적 반등 어려워, 2026년은 더 춥다"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의 작년 4분기 실적 희비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국면에서도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면서 정유업계는 실적 방어와 반등에 성공했지만 석유화학업계는 수요 부진이 장기화하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의 선방 배경에는 정제마진 급등이라는 명확한 호재가 자리하지만, 석유화학업계는 업황 침체에 더해 구조조정 부담까지 겹치며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는 4분기 '어닝쇼크'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지난해 4분기 정제마진 강세에 힘입어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 배럴당 20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값으로, 통상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4분기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63달러 수준으로 전 분기 대비 하락했지만, 러시아 제재와 유럽의 재고 축적 수요가 맞물리며 정제마진이 급등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평가 손실을 정제마진이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증권업계는 에쓰오일(S-OIL(010950))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350억~44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5% 이상 증가한 수치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정유 부문 역시 같은 기간 3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구조적 호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좋아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업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정제마진 변동성에 따라 실적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정제마진 강세 흐름을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1월 정제마진은 배럴당 11~13달러 수준으로 조정됐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이러한 흐름은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전망은 한층 어둡다. 계절적 비수기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 가격 차) 회복이 제한적인 데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부담까지 더해지며 실적 회복 시점이 뒤로 밀리고 있다.
LG화학(051910)의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4분기 10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전년 동기 2341억 원의 영업손실에서 2825억 원 수준으로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009830) 역시 석유화학과 태양광 부문 동반 부진으로 4분기 적자 전환이 점쳐진다.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해 3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사업재편 안을 제출하며 구조조정의 첫 단계를 밟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중 연구개발(R&D) 지원과 인프라 구축 등 후속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실질적인 수급 개선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에틸렌 설비 가동률이 본격적으로 반등하는 시점을 2027~2028년 이후로 보고 있다. 올해 에틸렌 생산 증가량은 연간 수요 증가량에 미치지 못하는 300만~400만 톤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출발점이지만, 당장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업황 부진과 공급 과잉이 이어지는 만큼 2026년까지는 쉽지 않은 겨울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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