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핵심 급부상 유리기판…국내 선점 넘어 글로벌 양산 경쟁 가열

AI 패키징 판 바꾸는 유리기판…SK·삼성·LG 개발 가속
중국도 뛰어든 유리기판 각축전…"양산 구조 구축 경쟁"

SKC 반도체 기판 제조 자회사 앱솔릭스의 유리 기판(앱솔릭스 제공)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유리기판 상용화를 두고 국내외 기업 간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리기판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패키징 단계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해소할 대안으로 부상하는 기술이다. 이에 SK, 삼성, LG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대만과 미국, 일본 등 주요 반도체 강국들도 관련 투자와 연구를 확대하며 기술 개발과 양산 준비에 속도를 내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국 기업들까지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쟁 구도는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향후 유리기판 시장이 기술 완성도뿐 아니라 양산 역량과 공급망 구축 여부에 따라 주도권이 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AI 패키징 판 바꾸는 유리기판…SK 앞서고 삼성·LG도 개발 가속

유리기판은 기존 반도체 패키지에 주로 쓰이던 플라스틱(유기) 기판을 유리 소재로 대체한 차세대 기판이다. 표면이 매끄럽고 열팽창이 적어 미세회로 구현에 유리하며, 발열과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성능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함께 집적하는 AI 반도체에서는 기판의 정밀도와 안정성이 성능을 좌우하는데, 유기 기판은 열과 뒤틀림, 면적 한계 등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유리기판을 AI 반도체 시대를 뒷받침할 핵심 패키징 기술로 보고 있다.

국내에선 SK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C(011790)는 반도체 기판 자회사 앱솔릭스를 중심으로 유리기판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를 상용화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다.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시제품 생산과 고객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며,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검증도 병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만큼 인력과 투자를 집중하며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과 LG도 추격에 나섰다. 삼성전기(009150)는 유리기판 핵심 소재인 글라스 코어 확보를 위해 일본 스미토모화학과의 협력을 추진하며, 국내 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시제품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국내 유리기판 전문기업 JWMT에 투자해 설비 증설과 생산능력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소재부터 공정까지 단계적으로 경쟁력을 쌓아가는 전략이다.

LG이노텍(011070) 역시 구미공장에 유리기판 시범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함께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CES 2026 기간 중 유리기판의 2028년 상용화 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히며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리 정밀가공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강도와 신뢰성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유리기판 강도 향상을 위해 유리 정밀가공 전문업체 유티아이(UTI)와 연구개발 협력을 체결하기도 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중국까지 뛰어든 유리기판 각축전…"기술 경쟁 넘어 양산 구조 구축 경쟁"

유리기판을 둘러싼 경쟁은 이미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TSMC와 유니마이크론이, 일본에선 DNP와 라피더스가, 미국에서는 인텔이 관련 기술 개발과 양산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대부분 2027~2030년 양산을 목표로 삼고 있어,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는 기업이 초기 시장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비전옥스는 반도체 유리기판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OE 등 대형 디스플레이 기업들도 유리 가공 경험을 바탕으로 반도체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시장 진입 장벽을 빠르게 낮추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유리기판 시장은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 누가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먼저 구축하느냐를 둘러싼 경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 경쟁은 이제 단순 기술 경쟁 차원을 넘어 실제 양산을 전제로 한 구조를 누가 먼저 완성하느냐의 문제"라며 "초기에는 수율 안정과 공급 신뢰도가 중요해 단일 기업보다는 여러 전문 업체가 역할을 나눠 협력하는 방식이 불가피하지만, AI 반도체 확산으로 고성능 패키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밸류체인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