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韓 현대차·獨 폭스바겐 대리전 되나
한화 vs TKMS 2파전…캐나다, 양국에 산업 시설 인프라 요구
"加 산업 기여도에 갈려…현대차 '자발적' 참여 끌어낼 당근 필요"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이 한국과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 현대차(005380)와 폭스바겐의 대리전이 되는 모양새다. 캐나다 정부가 두 나라에 자동차 공장 설립 등 산업·경제적 기여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정부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낼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정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한화오션(042660) 등 입찰 기업들과 캐나다를 방문할 예정이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을 주축으로 하는 방문단에는 한화뿐 아니라 현대차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문 일정과 협의 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검토하는 단계로 알고 있다"면서 "최근 (잠수함 수주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방문단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은 3000톤(t)급 디젤 잠수함 12척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계약 금액만 약 20조 원에 달하며, 30년간 유지·보수·정비(MRO)를 고려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약 6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329180)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을 쇼트리스트(최종후보)로 선정했다. 양측은 3월 최종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결과는 2028년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에서는 최근 캐나다가 비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유럽연합(EU)의 방산 지원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 참여를 결정하면서 수주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세이프 프로그램은 EU의 대규모 방위산업 금융 지원 제도로 '유럽산'을 우선한다는 원칙이 가장 큰 특징이다. 캐나다가 이 프로그램에 가입하면서 유럽 기업인 TKMS가 유리하게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대규모 산업 인프라 확충도 요구하고 있다. 잠수함 사업 입찰을 통해 자국 내 생산 설비를 확충해 미국 관세 부과 등 북미 지역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캐나다 해안에 잠수함 유지보수를 위한 인프라 조성을 공통으로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한국에는 현대차의 현지 공장 설립을, 독일에는 폭스바겐 추가 시설 등을 입찰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방산을 넘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희토류 광산 개발, 소형모듈원전(SMR), 고속철도 등 캐나다 기간산업 전반에 걸친 투자를 제안서에 포함하라고 했다.
현대차(기아 포함)는 캐나다에는 생산 시설이 없다.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온타리오주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고 최근 양산을 시작했다. 독일은 폭스바겐의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가 온타리오주에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배터리 공장 외에 추가적인 자동차 관련 제조 시설을 요구했다.
캐나다 정부의 요구에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캐나다 방문단 참여 여부 역시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한 만큼 북미 지역에 추가 생산 시설을 짓는 게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캐나다 정부가 요구하는 '절충교역'이 잠수함 수주전 성패를 가르는 만큼 현대차의 관심을 끌어낼 묘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현대차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별 기업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정부 대 정부(G2G) 협력 패키지 전략으로 수주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공개된 캐나다 잠수함 사업 평가 항목을 보면 잠수함 성능 평가 비중(20%)과 산업기술혜택(ITB)과 고용 창출, 캐나다 방산 공급망 통합 등 경제적 혜택(15%)은 큰 차이가 없다. 잠수함 성능 격차가 크지 않다면 산업·경제적 기여도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단순 방산 계약이 아닌 국가 전략 파트너십에 기반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한국과 독일 간 잠수함 성능 격차는 크지 않다"며 "캐나다가 중시하는 것은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전략 파트너십과 유연성으로 한국의 국가 역량 패키지를 통해 보다 강력한 산업·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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