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협력계약 공개 여부 촉각…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분수령

콜옵션 행사가 낮으면 배임 의혹 비판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의 모습. 2025.12.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MBK파트너스과 영풍 간 경영협력계약 공개 결정이 내려지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양측 간 계약에 콜옵션 등 MBK에 유리하게 설계된 계약이 체결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서 MBK·영풍이 내세운 '주주가치 제고' 명분이 흔들릴 것이란 평가다.

6일 고려아연 측 KZ정밀(구 영풍정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지난달 22일 KZ정밀이 영풍 및 장형진 고문을 상대로 제기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인용했다. 대상 문서는 2024년 9월 영풍과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추진 과정에서 MBK 측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장형진 고문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서와 그 후속 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9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당시 양측은 해당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선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의 일부를 MBK에만 특정 가격에 매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콜옵션' 조항을 포함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KZ정밀은 영풍의 주주 자격으로 문서 공개를 요구했고 9300억 원대 주주대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KZ정밀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작은 아버지 최창규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으며 지분도 영풍 장씨 일가보다 고려아연 최씨 일가가 더 많다.

경영협력계약의 콜옵션 행사가가 낮게 책정됐을 경우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분을 헐값에 넘겼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고려아연의 주식이 영풍에 큰 규모의 자산임을 감안하면 영풍 경영진을 향한 배임 의혹도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영풍은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1000억 원 안팎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이런 자산을 낮은 가격에 넘길 수 있는 권리를 특정 상대에게 줬다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소 주장했던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도 사라지는 만큼 오는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MBK·영풍 측이 경영권을 주장할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MBK·영풍 측이 결국 경영협력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송달을 거부할 경우 즉각 강제할 방법이 없다. 송달이 수차례 지연될 경우 법원이 강제 조치를 취할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경우 경영협력계약 내에 실제로 불리한 조항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MBK는 지난 2024년 10월 자료를 통해 "콜옵션 행사 가격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합의된 가격으로 고정돼 있다"며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가 높아지는 경우 MBK파트너스의 콜옵션 행사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협력계약의 콜옵션 조항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주주가치 제고란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인수합병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며 "문제가 없는 계약이라면 MBK와 영풍 측이 직접 시장에 투명하게 해당 계약 내용을 공개하고 설명하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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