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이 꼽은 새해 韓 경제 최대 복병 '환율'…실적 전망 '비슷'
[전망 2026]①올해 최대 리스크·관리 강화 분야 모두 '환율'
車 업계, 최대 리스크로 환율 아닌 '대미 관세' 1순위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우리나라 기업들은 2026년 경영 활동 최대 변수로 '환율'을 꼽았다. 이에 따라 올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할 주요 분야 역시 환율로 조사됐다.
새해 경영 실적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투자와 고용 역시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병오년 새해에도 '트럼프 관세'와 같은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하는 동시에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2일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비금융권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년 한국 주요 기업 경영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6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경영 리스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환율 변동성'이라는 응답이 34.9%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글로벌 경기 둔화(28.5%) △대미 관세(13.4%) △공급망 불안(11.0%) △인력 문제(5.8%) △국내 규제(2.9%) △지정학 리스크(2.3%) 등이 차지했다. 기타 응답으로는 '내수경기 침체' 등도 있었다.
자동차·자동차 부품 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에서 가장 큰 경영 리스크로 '환율 변동성'을 지목했다. 기계 업종이 60%로 가장 많았고 철강·조선업(50%), 석유화학·석유(35.7%) 등이 평균(34.9%)보다 높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체감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위험 수준은 '보통'이 68%, '높음'이 30%로 조사됐다.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는 주요인으로도 '급격한 환율 변동'이라는 의견이 36.7%로 가장 많았다.
이어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28.2%), 미중 갈등(13.3%), 원자재·부품 공급 차질(11.2%), 에너지 가격 급등락(6.4%), 기후·환경 규제 강화(2.6%), 사이버 공격(1.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기계(75%), 철강·조선업(45.5%), 의료·바이오헬스(45.5%) 등의 업종에서 급격한 환율 변동이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올해 기업들이 강화할 계획인 리스크 관리 분야 역시 '환율'이었다. 올해 강화 계획이 있는 리스크 관리 분야에 대해 '환율·금리'라는 응답이 50%로 가장 높았고 운영 리스크(업무 연속성 등)가 36.0%, '사이버 보안 및 정보보호'가 8.0%였다. 최근 정보 유출 문제가 전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환율'에 대한 관리 강화를 최우선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달러·원 환율은 요동을 쳤다. 달러·원 환율은 1439원으로 마감했고 이는 종가 기준으로는 역대 3위에 해당한다. 작년 하반기 달러·원 환율이 달러당 1500원에 육박하면서 항공, 철강, 석유화학·석유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시름이 깊어졌다. 정부의 외환 안정 대책이 잇달아 나오면서 일단 상승세는 꺾였지만 하향 안정화 추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연간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가 예정돼 있고 미국 내 투자를 늘리기로 한 기업들 역시 달러를 처분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1400원대가 새로운 표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간 고환율은 수출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매출은 원화로 잡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자재·부품 수입이 증가하고 해외 현지 생산이 대폭 느는 등 산업구조가 변화해 상당수 업종에는 고환율이 악재로 작용한다. 또한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돈줄을 죄면서 신용 공급도 위축될 수 있다.
환율 리스크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불안감은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한경협이 같은 기관에 의뢰해 국내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실시한 기업 경영 환경 인식 조사에서도 대외 부문 최대 경영 리스크로 '환율'(26.7%)이 가장 많이 꼽혔다.
반면 우리나라 수출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 업종은 대미 관세를 최대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었다. 자동차·자동차부품 업종에선 새해 가장 큰 경영 리스크는 '대미 관세'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28.1%로 가장 많았다. 자동차·자동차부품 업종은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도 환율이 아닌 '트럼프 정부 관세 정책'(42.3%)을 꼽았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국산 수입차에 대한 미국 관세는 25%에서 일본·유럽연합(EU)과 동등한 수준인 15%로 낮아졌다. 미국이 한국산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관세가 낮아지면서 한시름은 놓게 됐다.
다만 자동차·자동차부품 업종에선 우리나라가 그간 누려왔던 관세 우위 상실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지난해 품목관세를 부과하기 전만 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무관세였지만 일본과 EU의 자동차 대미 관세는 2.5%였다. 하지만 이제는 15%라는 동등한 관세율이 적용된다. 미국 현지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새해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해 지난해와 비슷(50%)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약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33%였으며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은 17%에 그쳤다. 건축·건설업에선 '경영환경이 약화할 것'이라는 응답이 60%로 가장 많았다.
올해 매출 성장률에 대해선 '1~5%'라는 응답이 45%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어 '-1~1%'는 28%, -5~1%는 17%, 6~10%는 6%, 10% 초과는 3%였다. 대부분 업종에서 1~5%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석유화학·석유 업종에선 '-5~-1%' 전망이 42.9%로 가장 높았다.
올해 실적(영업이익) 변화 전망의 경우 '비슷할 것'이라는 답변이 49%로 가장 많았고 '약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27%, '개선될 것'이라는 반응은 24%였다. 다수의 업종이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건설·건축업'은 약화가 60%로 가장 높았고 '개선할 것'이라는 응답은 전기전자·반도체 업종이 34.8%로 가장 많았다.
올해 경영 환경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던 만큼 우리 기업들의 신년 중점 추진 전략은 '비용 효율화'가 61%로 가장 많았고 올해 투자 계획 규모 역시 '현 수준 유지'라는 응답이 75%로 가장 높았다. 건설·건축업에선 올해 투자 계획 '축소'가 40%로 '유지'(40%)와 같은 수준이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16일까지 비금융권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전화, 팩스, 이메일 설문조사를 병행해 진행했으며 100곳의 기업 임원들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9.29%p이며 응답률은 17.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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