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제조업 체감경기 반도체·화장품만 활황…고환율 양극화도 '뚜렷'

대한상의 BSI, 74→77…수출기업 90 '껑충'·내수 74 제자리
반도체·화장품만 100 웃돌아…고환율 원가부담 내수 악영향

대한상의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전망치 추이(대한상의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내년 1분기 제조업 체감경기가 수출에 힘입어 반등했지만, 고환율·고비용에 부딪혀 회복세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수요가 폭발적인 반도체와 화장품은 고환율을 지렛대 삼아 활황을 예고했고 일부 수출기업 역시 환율 상승에 따른 기업 체감경기가 이전보다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나머지 주력 업종들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업종별로 체감하는 경기도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수출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상승한 반면, 내수 기업은 정체 현상을 보이는 등 고환율 양극화 현상도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제조기업 2208개 사를 대상으로 202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 분기(74) 대비 3포인트(p) 상승한 77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BSI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BSI는 2021년 3분기 103을 기록한 이후 이번 조사까지 18개 분기째 100을 넘기지 못했다.

수출 전망 개선 뚜렷…반도체·화장품, 수요 급증에 방긋

관세 충격으로 급락했던 수출기업의 전망지수가 전 분기 대비 16p 상승한 90으로 집계됐지만, 내수기업의 전망지수는 전 분기와 같은 74로 체감경기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중소기업의 전망지수는 75로 대기업(88)과 중견기업(88)보다 저조했다. 대기업은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 불확실성 해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나,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조달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체감경기가 정체된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 14개 업종 중 기준치 100을 넘긴 곳은 화장품(121)과 반도체(120) 뿐이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대,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맞물려 전 분기 대비 22p 상승했다.

화장품은 북미,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시장 에서 K-뷰티 위상 강화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며 가장 큰 상승폭(52p)을 보였다. 이들 업종은 제품 경쟁력에 기반해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거나 압도적인 판매량으로 흡수할 수 있어 고환율의 환차익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96)은 3년 치의 수주 잔량 확보로 19p 상승했고, 자동차(77)도 관세 불확실성 완화와 전기차 공급 능력 확대 호재로 17p 올랐으나 기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원가 부담' 내수기업 부진…일부 수출 기업도 악영향

고환율 지속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업종들은 새해 전망지수가 부진했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식음료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증대로 전 분기보다 14p 하락한 84를 기록했고, 전기 업종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구리값 상승 여파로 전 분기보다 21p 하락한 72에 그쳤다. 비금속광물(40)도 건설경기 침체 속 고환율 부담으로 가장 낮은 전망지수를 기록했다.

대미 관세율이 50%로 유지 중인 철강(66)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더해 고환율 부담까지 커지면서 5분기 연속 전망지수가 70선 이하에 머물렀다.

고환율로 인해 실적이 악화됐다고 답한 기업(38.1%)은 실적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기업(8%)보다 4.5배 많았다. 이 중 '수출 비중이 높은데도 수입 원가 상승이 더 크다'는 기업도 14.3%였다. '고환율 효과로 수출실적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8.3%에 그쳤다.

올해 기업들의 경영성과는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전체 기업의 65.1%는 목표한 매출 실적에 미달했다고 답했다. 영업이익 목표치에 미달한 기업은 68.0%다.

올해 영업이익 목표 달성의 부담 요인을 묻는 질문에 65.7% 기업이 '원부자재 가격 변동'을 꼽았고, 53.7%는 '인건비 상승'을 지목했다. 이어서 '환율 요인'(27.5%), '관세·통상 비용'(14.0%) 등이 뒤를 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통상 불확실성 완화와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으나, 고환율 지속과 내수 회복 지연에 기업들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며 "정부는 경제체질 개선을 중점과제로 삼고, 미래산업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을 뒷받침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