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뱃길 다시 열린다…해운업계 새해 '불황' 그림자
2위 머스크 시범 운항…CMA CGM "1월 운항 재개"
운임 하락 전망, 선대 교체 지속으로 투자 지속…'건전성' 시험대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글로벌 해운사들이 2년 동안 막혔던 홍해와 수에즈운하 항로 운항 재개를 저울질하고 있다. 운송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운송 거리가 줄어들어 운임은 하락하게 된다. 내년 해운업계 업황이 올해보다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트럼프 발(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실적 악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반면 선대 확장과 환경 규제에 대비해 친환경 선박 교체는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무 건전성 등 기초 체력이 해운업계 경쟁력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2위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의 6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세바로크호는 지난 18~19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 홍해로 진입했다. 해당 선박은 인도와 미국 동부를 잇는 항로에 투입된다.
홍해 사태로 해당 항로 운항을 중단한 2023년 12월 이후 2년여 만에 시범 운항에 나선 것이다. 머스크는 "안전 기준이 계속 충족된다는 가정하에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경유하는 동서 항로를 단계적으로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3위 해운사 프랑스 CMA CGM은 더욱 적극적으로 항로 복귀 의지를 드러냈다. CMA CGM 측은 "인도와 미국을 연결하는 항로 중 하나가 내년 1월부터 정기 운항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CMA CGM도 이달 자사 컨테이너선을 홍해 항로로 보내며 운항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 23일 2만 3000TEU급 자크 사데호는 북쪽에서, 1만5000TEU급 아도니스호는 남쪽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했다.
앞서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미국 중재로 휴전한 이후부터 해운업계 내에선 홍해 항로 운항 재개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전쟁 기간에는 예멘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는 홍해 사태로 해당 항로 운항을 중단했다.
글로벌 톱 티어 선사들이 홍해 항로 복귀를 저울질하면서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주요 선사들의 항로 복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범 운항에 나선 업체들이 운항 재개를 완료하기까진 3~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이를 주시하던 나머지 선사들은 이후 운항을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업계는 그간 홍해 운항 중단, 희망봉 우회로 반사이익을 누려 왔다. 이에 따라 홍해 항로 정상화는 업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항로 연장으로 선복량이 줄면서 해운사들은 운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해 왔다. 희망봉 우회에 따른 비용을 주로 화주가 떠안게 되면서 해운사들의 매출은 증가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물동량 둔화 가능성, 친환경 선박으로의 선대 교체 비용을 감안하면 해운업계 업황은 올해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표 해운사로 꼽히는 HMM(011200)의 내년도 컨센서스(영업이익 전망치)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 8632억 원으로 올해 전망치 대비 38.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HMM의 경우 전반적인 해운 업황 둔화 속에서도 높은 재무안정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의 불황 속에서도 수년 뒤 호황에 대비해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안정적 자금력을 토대로 미래 성장 동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영국 해운시황 분석기관 드류리가 집계한 Z스코어(재무안정성 지표) 순위에서 HMM은 4.39로 글로벌 해운사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차지한 바 있다. Z스코어는 2.99를 초과하면 안전, 1.8 미만이면 파산 위험이 높다는 척도다.
같은 평가에서 머스크는 2.91로 평가됐다. 글로벌 9위 대만 양밍은 2.96, 5위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2.56, 7위 대만 에버그린은 2.52, 4위 중국 COSCO는 2.16, 10위 이스라엘 ZIM은 1.87을 획득했다. 6위 일본 ONE는 1.05로 파산 위험이 높다고 분류됐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형 선사들이 앞으로 강화할 환경규제를 감안해 선대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2028년까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HMM은 높은 경쟁의 강도를 감내할 수 있는 재무 안정성을 갖고 있다는 게 안심 포인트"라고 밝혔다.
mhsu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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