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1년, 재발 방지 어디까지…신규기 확대·방위각 개선
항공업계 여파 계속…LCC 탑승객 감소, 지방공항 이용객 둔화
신규기 6대 도입·정비인력 충원…방위각 시설서 콘크리트 삭제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제주항공 참사 이후 항공업계가 신규기 도입을 통해 평균기령을 낮추고 정비 인력 확충과 운항 시간을 단축하는 등 안전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주요 공항의 조류 퇴치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고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방위각 시설 개선도 절반 가까이 마무리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1년이 지나도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의 중간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특히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활용하는 저비용항공사(LCC)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지방 공항도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항철위 조사 결과가 필요하고 국토교통부 산하인 항철위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해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참사가 남긴 상흔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1~11월 국적 항공사 탑승객은 1억 136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율(10.9%)은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5년간(2015~2019년) 평균 증가율(8.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이 기간 대형항공사(FSC) 이용객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LCC는 1.8% 감소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5년간 LCC 성장률(15.8%)이 FSC 성장률(3%)을 크게 웃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용객들이 느낀 불안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빠르게 늘어나던 지방공항 이용객은 올해 들어 주춤한 모습이다. 올해 1~11월 인천·김포공항을 제외한 전국 13개 지방공항 이용객은 5327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인천공항의 이용객 증가율(4.3%)과 지난해 같은 기간 지방공항 이용객 증가율(7.5%) 모두 밑도는 수준이다.
항철위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이 마련됐다고 단언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항공사들과 국토교통부는 △조류 충돌 방지 △방위각 시설 △기체·엔진 △운항(조종사 판단 및 비행경로) 등 네 가지 핵심 쟁점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지난 1년간 개선 작업에 매진했다.
먼저 제주항공은 올해 신규기로 B737-8 6대를 구매 도입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14년이었던 여객기 평균 기령을 12.9년으로 낮췄다. 제주항공은 2018년 보잉과 체결한 B737-8 50대 구매 도입 계약 중 남은 42대 물량도 꾸준히 들여와 오는 2030년까지 여객기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기체가 젊을수록 고장 가능성이 작고, 정비 주기가 길어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올 한해 화물기(B737-800BCF) 2대 운항을 중단하고 여객기 운항에만 집중했다. 국내 LCC 중 화물기를 보유한 곳은 제주항공이 유일한데, 화물 사업 수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여객기 운항 안전성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사고 직후인 지난 1~3월에는 항공기 정비 여유 시간 확보를 위해 국내·국제선에서 기존 계획의 15%인 1908편을 감편했고, 4~10월에도 전년 대비 3%인 672편을 감편했다.
정비 인력도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공채를 통해 운항 정비사를 전년 대비 44명 증가한 353명까지 늘렸다. 정비 시간 확보에 관련 인력까지 충원한 결과 올해 1~11월 제주항공의 정비 지연율은 전년 동기 (0.89%) 대비 0.37%포인트(p) 하락한 0.52%를 기록했다. 정비 지연율은 전체 항공 운항 지연에서 정비 문제로 인한 지연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훈련은 모든 항공사에서 대폭 강화했다. 제주항공 사고 당시 조류 충돌 직후 항공기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진 것을 감안해, 국토부는 지난 3월 모든 엔진의 비정상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조종 시뮬레이션 훈련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제주항공을 비롯한 모든 국적 항공사는 조종 시뮬레이션 훈련 시 기존 한쪽 엔진 꺼짐 상황 외에도 양쪽 엔진 꺼짐 상황에서 여객기를 착륙시키는 훈련을 추가했다.
국토부는 공항 조류 퇴치 인력과 관련 장비를 보강하는 데 집중했다. 우선 지난 4월 발표한 '항공안전 혁신방안'에 따라 조류 퇴치 전담 인력 최소 기준을 기존 2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전국 15개 공항의 조류 퇴치 전담 인력은 지난해 12월 145명에서 지난 11월 212명으로 증가했다. 그동안 1대도 없었던 조류탐지 레이더는 올해 하반기 무안공항에 시범 도입된 데 이어 내년부터 인천·김포·제주공항으로 확대된다.
방위각 시설은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주항공 사고 당시 활주로의 역방향으로 비상 착륙한 항공기가 활주로 초입에서 항공기 수평 착륙을 유도하는 방위각 시설과 충돌했는데, 콘크리트 둔덕 위에 준설된 게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토부도 문제점을 인식해 항공안전 혁신방안에 방위각 시설에서 콘크리트 둔덕을 없애고 단단한 H철골 대신 '부러지기 쉬운' 경량 철물 구조로 교체하기는 방안을 담았다.
이에 따라 방위각 시설이 콘크리트 둔덕 위에 있거나 H철골 구조인 전국 7개 공항 9개 방위각 시설 중 현재까지 교체 작업이 완료된 곳은 포항경주공항, 광주공항, 김해공항, 사천공항 등 4개 공항의 4개 방위각 시설이다. 여수공항은 오는 31일 공사가 끝나며, 방위각 시설이 2개인 김해공항과 사천공항은 나머지 1개 시설에 대한 개선 작업이 내년 2월 중으로 마무리된다. 제주공항은 내년 8월 착공해 2027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무안공항은 유가족의 협의를 거쳐 착공 시기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런 항공사들과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은 새로운 위험 요소다. 안전에 투자할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LCC들의 올해 실적은 심각한 수준이다. 휴가철이 껴있는 최대 성수기인 3분기에도 국내 상장 LCC 4곳 모두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신규 기재를 도입하고 정비 인력을 늘리더라도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전 관련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제주항공 사고를 조사 중인 항철위가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달 예정했던 조사 중간보고서 공표를 연기한 점도 결과적으로 운항 안전성 제고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사고 수사본부는 사고 원인 자료 확보를 목적으로 지난 16일 김포공항 인근과 세종시에 위치한 항철위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항철위를 국토부 조직에서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독립시키는 항공철도사고조사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조만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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