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투자 계획대로"…최윤범 회장 경영권 방어 '청신호'
法 MBK·영풍 가처분 신청 기각…'유증 경영상 목적' 인정
26일 예정대로 유증…JV 지분, 내년 주총서 투표권 확보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고려아연(010130)의 미국 제련소 투자와 유상증자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미국의 팍스 실리카 구상에 동참하며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최윤범 회장도 지분율 10%가 넘는 우호 세력을 확보해 경영권 확보 공방전이 펼쳐질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을 전망이다.
24일 법원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이날 MBK·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양측에 결정문을 송달했다.
상법에 따르면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은 경영상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미국 투자를 위한 이번 신주 발행은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 선택"이라는 고려아연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유증이 미국 정부 측 요청으로 단행된 것이라는 고려아연 측 주장 역시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서 재판부는 고려아연 측에 이번 유증을 미국 정부가 먼저 요청한 것이란 주장을 뒷받침할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판결에 대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하다"며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주 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MBK·영풍은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투자 계약 공정성 우려, 고려아연의 중장기적 재무·경영상 위험 요소들이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오는 26일로 예정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및 방산업계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JV)에 보통주 220만 9716주를 신주 발행해 넘기고, JV가 가진 출자금 19억 4000만 달러(약 2조 8600억 원)를 확보한다.
고려아연은 해당 출자금에 미국 정책금융지원 대출, 재무 투자자 대출, 상무부 보조금, 직접 투자를 더해 총 74억 3200만 달러(약 10조 9000억 원)를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고려아연은 미국 '팍스 실리카' 구상의 일원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해당 제련소 건설로 게르마늄, 갈륨, 인듐, 안티모니 등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전략광물을 미 현지에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달 말을 앞두고 유상증자가 단행되면서 최윤범 회장과 MBK·영풍 간 경영권 분쟁의 판세도 최 회장 측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다. JV가 주주명부 폐쇄일 전에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면서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로서 의결에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고려아연과 미국 측 합작 JV는 이번 유증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10.59%를 확보하게 된다. 신주가 발행되는 만큼 MBK·영풍의 지분율은 기존 44%에서 40% 수준으로 낮아진다. 우호세력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도 32%에서 29%로 낮아지지만 JV 지분을 더하면 양쪽의 지분은 대등해진다.
당초 내년 정기 주총을 통해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존 직무정지된 이사 4명을 제외하고 최 회장 측 11대 MBK·영풍 4인 현 구도에서 8대 7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분 변동으로 현재는 9대 6 구도로 최 회장에 보다 유리한 구도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MBK·영풍이 본안 소송이나 즉시 항고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이번 유증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MBK·영풍 측은 추가적인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1096page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