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XMT D램 초단기 개발 비결 알고보니…삼성·SK하닉 기술 훔치기
삼성전자 1.6조 투자한 기술…시행착오도 없이 공정 노하우 확보
"기술 유출 재발 방지 위해 처벌 수위 높여야…일자리 확대 필요"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중국의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회사 설립 후 약 7년 만에 D램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술을 훔쳤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랜 기간 막대한 투자로 얻은 노하우를 시행착오도 없이 확보했고 그 결과 기술 격차를 급격하게 줄였다. 업계에선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해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윤용)는 CXMT 1기 개발실장 A 씨(58)와 같은 팀에서 설비투자를 담당한 B 씨(57) 등 삼성전자의 전직 핵심 개발 인력 5명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국가 핵심기술 국외 유출 등),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CXMT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확보한 10나노대 D램 양산 기술은 삼성전자가 개발에만 1조 6000억 원을 투자한 기술이다. 핵심 기술 유출에 따른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 감소만 5조 원 상당으로 향후 국가 경제에 발생하는 피해액은 최소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이번 핵심 기술 유출로 인해 D램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 추월당할 위험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핵심기술 유출로 경쟁자의 개발 기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우리나라 기업에는 치명적"이라며 "경쟁자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자칫 잘못하면 추월을 당할 위험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막대한 투자를 통해 노하우를 쌓았는데 기술 유출로 인해 CXMT가 (이 단계를) 훌쩍 뛰어넘었다"며 "(지금 기준으로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기술은) 예전 기술이지만 공정 노하우를 시행착오도 없이 확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CXMT의 올해 2분기 기준,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5%로 4위에 올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구형 D램을 생산하는 대만 난야테크놀로지(1%)보다 다섯 배나 큰 규모다.
무엇보다 CXMT의 가파른 성장세는 위협적이다. 지난 2016년 설립한 후 2023년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중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게다가 중국 지방정부가 2조 6000억 원을 투자했고 중앙정부 역시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CXMT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성능을 갖춘 최첨단 D램(DDR5)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 2022년 분석한 우리나라와 중국의 반도체 부문 기술 격차는 D램의 경우 5년으로 추정됐는데 최근 업계에선 기술 격차가 1년 내외로 좁혀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특히 중국은 첨단 산업을 육성하면서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앞으로 CXMT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이유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요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 결과, 올해 기준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력이 높은 상황이지만 2030년에는 추월을 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업계에선 기술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안 전무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했다. 재계에선 '경제 간첩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술 탈취를 일반 산업 범죄로만 다루는 현행 법·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 간첩죄를 통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조직적인 산업 스파이 행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에서 핵심 기술을 다루다 퇴직 후 일자리가 없어 해외 기업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CXMT는 우리 기업의 반도체 핵심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기존에 받던 연봉의 2~4배, 최대 30억 원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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