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폭증에 TC 본더 수요 재점화…한미반도체 '표준' 굳히기

'숨 고르기 뒤 반등'…TC 본더, 2026년부터 5년간 연간 13% 성장
한미반도체 3Q 점유율 '71.2%'…세메스·한화세미텍, 공급망 변수

한미반도체 듀얼 TC본더 /제공 = 한미반도체 ⓒ News1 장도민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동안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TC 본더가 다시 핵심 장비로 부상하고 있다. 미세 피치·고적층 HBM 구현이 가속화하면서 기존 본딩 방식의 한계가 분명해졌고, 이에 따라 열압착 접합 기반 TC 본더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반도체(042700)를 중심으로 한 국내 TC 본더 업체들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사실상 '표준 장비'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HBM 양산 공정과 깊게 결합한 기술 신뢰성이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어서다. 수요 재점화 국면에서 국내 장비업체들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숨 고르기 뒤 반등'…TC 본더, 2026년부터 성장 궤도 재진입

24일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에 따르면 올해 주춤했던 TC 본더 시장은 2026년 다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TC 본더 시장은 AI 가속기 수요 급증과 함께 HBM 증설이 집중되며 급성장했다. 다만 제조사들이 최근 증설한 생산 능력을 흡수하고, 설치된 장비의 가동률과 수율을 안정화하는 과정에 들어가면서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구조적 둔화가 아닌 '조정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규모 장비 투입 이후 공정 최적화와 양산 안정화에 시간이 필요한 HBM 생산 특성상 2025년은 숨 고르기 구간이었다는 설명이다.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다. HBM용 TC 본더 시장은 올해 조정 이후 2026년부터 다시 반등해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3%의 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가속기와 HPC 플랫폼의 성능 고도화로 메모리 대역폭 요구가 급증하면서, HBM3E와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 초정밀 본딩 장비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칩렛 아키텍처 확산과 이종 집적 기술 고도화도 TC 본더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세한 인터커넥트 피치와 복잡한 적층 구조가 요구될수록 기존 본딩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지며, TC 본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TC본더 \\'SFM5-Expert\\'(한화세미텍 제공). ⓒ 뉴스1 ⓒ News1 박주평 기자
한미반도체 '표준 장비' 굳히기…세메스·한화세미텍, 공급망 변수로 부상

HBM용 TC 본더 시장은 기술 장벽과 양산 신뢰성 요구가 높아 공급업체가 제한적이다. 이 가운데 한미반도체는 사실상 HBM 양산 라인의 '표준 장비'로 자리매김하며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글로벌 HBM용 TC 본더 시장에서 한미반도체의 점유율은 71.2%에 달한다. 단일 업체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고집중 구조로, HBM 패키징 공정에서 한미반도체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입증한다.

이런 지배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과 깊은 공정 통합 경험에서 비롯됐다. 한미반도체는 HBM 대량 양산 과정에서 축적한 수율 안정화 데이터와 공정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적층·미세 피치 환경에서도 검증된 성능을 확보해 왔다. AI 가속기용 HBM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미 양산 신뢰성이 입증된 장비가 우선 채택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TC 본더 시장이 중장기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장비 업체들의 전략적 존재감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시장 파이가 커지는 만큼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망 다변화와 가격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고려할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시장 판도에 변화를 줄 복병으로는 세메스와 한화세미텍이 꼽힌다. 세메스는 국내 메모리 업체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HBM용 TC 본더 역량을 꾸준히 강화하며 의미 있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세미텍이 신규 진입하면서 메모리 업체의 선택지가 점차 넓어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한미반도체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면서도 "HBM 증설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는 복수 벤더 전략이 병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강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존재로 국내 메모리 생태계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며 "AI 메모리 시장 확대라는 구조적 흐름 속에서 국내 TC 본더 업체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은 한층 커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