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래차 개발 박차…엔비디아 블랙웰 도입, 자율주행 가속도

R&D본부+AVP본부, 장재훈 부회장 지휘 일원화…미래차 개발 속도
정부 "기업과 GPU 수급 논의"…현대차, 내년 하빈기 순차 도입 전망

구글의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 회사 웨이모에 공급될 예정인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의 모습(현대차 제공).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연구개발(R&D) 조직을 개편하면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특히 엔비디아(NVIDIA)의 차세대 GPU 블랙웰이 내년 하반기 본격 도입되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GPU 도입에 맞춰 데이터센터 등 국내 피지컬 AI(인공지능) 생태계를 조성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미래차 개발 조직, 장재훈 부회장 아래로 일원화…엔비디아 GPU 도입 탄력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임원 인사를 통해 미래차 R&D 조직을 개편했다. 그동안 R&D본부와 AVP본부로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했던 차량 개발 조직을 장재훈 부회장 아래 한곳으로 모았다. 만프레드 하러 사장이 R&D본부장을 맡았고, 송창현 전 사장 사임으로 현재 공석인 AVP본부장은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후임자를 물색 중이다.

업계는 차량 개발 조직을 장 부회장 소관으로 일원화하면서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개발이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래차 개발 핵심으로 꼽히는 엔비디아 GPU 도입도 내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0일 밤 서울 강남구 코엑스광장에서 지포스(GeForce) 한국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정부는 지난 10월 엔비디아로부터 GPU 블랙웰 약 26만장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도입 물량은 5만장이다. AI 시대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와 협력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 블랙웰은 AI와 고성능 컴퓨팅(HPC)에 초점을 맞춘 차세대 그래픽 처리 장치다. AI 팩토리의 핵심으로 생성형 AI 시대를 위한 엔진으로 불린다.

연산 역량은 1.96 TFLOPS(1 TFLOPS=1초에 1조번 연산)로 5만장 블랙웰이면 약 98 EPLOPS(1 EPLOPS=100만 TFLOPS)에 해당한다. 초당 9800경 번의 계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이는 이동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센터 훈련 역량 기준 전 세계에서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테슬라와 중국 업체 등 경쟁사와 벌어진 격차를 GPU 블랙웰 도입으로 단숨에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국내 대규모 데이터센터도 조성할 계획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2026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계획 보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2/뉴스1
과기부 "기업들과 TF 꾸려 GPU 수급계획 논의"…현대차, 2026년부터 순차 도입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이 드러나면서 관심사는 GPU 도입 시기다. 정부 물량 약 1만장은 최근 들어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2일 과기정통부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GPU 26만 장은 2030년까지의 계획"이라며 "올해 GPU 1.3만 장이 들어왔고 12월 말부터 1월 초 정도 학계와 기업들이 쓸 수 있도록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6만 장을 확보하기로 했던 각 기업도 블랙웰 기준으로 GPU를 들여오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매년 수급계획을 정부와 같이 TF를 꾸려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제작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현대자동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7.13/뉴스1

현대차그룹 역시 내년부터 GPU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또 그에 맞춰 데이터센터 등 피지컬 AI 생태계도 조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로봇·수소에너지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계열사도 발맞춰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관련,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307950)는 SDV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현대모비스(012330)는 로보틱스 분야를 미래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공식화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에 설 것"이라며 "엔비디아와 함께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도입 시기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개발 타임라인도 앞당겨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SDV 페이스카를 선보이고, 2027년 신차부터 SDV 적용 양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2028년에는 현재 개발 중인 SDV 운영체제 플레오스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기술 '아트리아 AI' 등 모든 기술을 총망라한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FSD 국내 도입으로 현대차 안팎에서 자율주행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게 사실"이라며 "현대차 입장에선 자율주행과 SDV 등 (미래차) 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 GPU 도입이 빠르게 이뤄지면 그만큼 데이터 처리 능력도 좋아져 전반적인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