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련소 투자 충돌…고려아연 "미국과 동맹" vs 영풍 "지분만 넘겼다"
미국 정부 참여 제3자 유증에…고려아연 "중장기 성장 투자"
영풍 "비정상적 지분 이전" 반발…가처분 결정 임박 속 신경전↑
- 박기범 기자,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문혜원 기자 = 미국 정부와 함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추진되는 고려아연(010130)의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를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 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를 "미국 정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기반한 중장기 성장 투자"로 규정한 반면, 영풍은 "지분 10%를 넘기는 비정상적인 구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영풍 측이 제기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영풍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최종 합작계약이 체결되지 않아도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그대로 보유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존재한다"며 "계약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합작법인이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고 이번 프로젝트 투자 계획을 비판했다.
영풍은 또한 "합의서에서는 합작의 성패를 좌우하는 최종계약이 2년 내 체결되지 않을 경우 합의서 자체가 해지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발행된 고려아연 신주의 효력이나 회수·소멸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사업의 실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려아연만 일방적인 재무적·지배구조적 리스크를 부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현지 투자자가 19억 4000만 달러(약 2조 8600억 원)를 출자해 합작법인 크루시블 JV를 설립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JV의 최대주주는 40.1% 지분을 확보할 미국 전쟁부(국방부)다.
JV 출자금은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으로 넘어가며, JV는 고려아연 유증을 통해 발행된 신주를 확보한다. 영풍은 이러한 사업 구조가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 확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MBK와 영풍이 이사회 장악에만 혈안이 돼 비현실적·비상식적인 가정으로 미국 제련소 건설을 깎아내리고 있다"며 영풍 측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수조 원을 투입한 미국 정부가 2년간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합의가 해지될 수 있다는 주장은 비합리적이며 사실도 아니다"며 "2년 이내 최종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것은 미국의 긴급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필요성을 고려한 선언적 합의로, 논의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앞서 제이콥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이 "고려아연 제련소 프로젝트는 미국 재산업화 전략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한 점도 언급했다.
이번 공방은 결국 고려아연 지분을 둘러싼 신경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JV에 고려아연 지분 10%가 넘어갈 경우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이 최대 45.5%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영풍 측 지분율(43.4%)을 웃돌게 돼,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 확대를 노리는 영풍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영풍은 앞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이르면 22일 전후로 해당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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