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GPU 빈틈 노린다…韓 AI반도체 NPU로 승부 왜?

정부, 국산 NPU 육성 골자 'AI 반도체 산업전략' 발표
저전력 AI 연산 수요에 추론 특화모델 유연한 설계 강점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전략기술 서밋' 에서 '국가전략기술 고도화 및 미래혁신 전략' 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8/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국가 간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AI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현재 AI 데이터센터 서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이지만 전력 소모가 많고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강력한 만큼, 수요가 급증하는 AI 추론 시장을 겨냥해 저전력·고효율의 NPU를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의결된 'AI 반도체 산업 도약 전략'은 2030년까지 글로벌 AI 반도체 유니콘 기업 5개 및 AI 반도체 기술선도 강소기업 5개 육성을 목표로 한다.

데이터센터 가로막은 전력 장벽…'추론 특화' NPU 돌파구

정부가 NPU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는 이유는 NPU가 AI 확산의 최대 걸림돌인 전력 문제의 돌파구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데이터센터는 GPU 기반이다. 본래 게임 그래픽을 표현하기 위해 설계된 GPU는 독립적인 병렬 연산에 최적화돼 AI 학습에 쓰였지만, AI 연산과 무관한 그래픽 회로 등이 포함되고 연산코어와 D램 간 거리가 물리적으로 멀어 전력 소모가 심하다.

반면 NPU는 설계 단계부터 AI 추론에 최적화된 전용 회로로 구성됐다. 연산 코어 옆에 메모리를 배치하고, 데이터가 컨베이어 벨트처럼 흐르며 순차 계산되는 '지능형 통로'를 설계해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엔비디아 장악한 GPU, NPU는 '춘추전국시대' 기회

엔비디아는 수십 년간 축적한 노하우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쿠다(CUDA)'로 시장을 장악하고 높은 장벽을 세웠다. 하지만 NPU는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다.

AI 시장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유연성과 기동성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언어, 영상, 자율주행 등 특정 AI 모델에 최적화된 NPU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대외적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11월 창업 이후 5년 만에 국내 AI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평가)으로 등극했다.

리벨리온은 2023년 첫 데이터센터용 NPU '아톰'을 출시했고, KT클라우드와 협력해 NPU 기반 데이터센터를 상용화했다.

삼성전자의 5세대 HBM(HBM3E) 기반 아키텍처를 적용한 차세대 칩 '리벨쿼드'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200'과 비교해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가 2.4배 높고, 소모 전력은 절반 수준이다. 창업 5년 만에 누적 약 6500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했으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 해외법인도 설립했다.

퓨리오사AI 역시 추론에 특화된 2세대 AI 칩 '레니게이드'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LG와 긴밀한 협력이 주목된다.

LG가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엑사원 3.5' 환경에서 레니게이드 실증 결과 기존 GPU 대비 전력당 성능이 2.25배 향상됐다. LG와 퓨리오사AI는 레니게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용 온프레미스 턴키 설루션을 국내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급하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세제 혜택부터 공공 수요까지 '전방위 지원'

정부는 이들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NPU 기반 AI 컴퓨팅 인프라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차세대 제품 양산을 위한 대규모 투·융자를 지원한다.

특히 기업들의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 내년부터 치안, 국방, 행정 등 공공분야에 국산 NPU를 우선 도입하는 '공공선도 7대 과제'를 가동한다. 수요-공급 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성능지표 'K-Perf'를 통해 국산 칩의 신뢰도를 높여 2027년까지 국산 NPU와 독자 AI 모델이 결합된 'K-AI 패키지'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NPU 성능 고도화를 지원하고 대규모 테스트 베드도 구축해 상용 서비스 수준의 실증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객관적인 성능 검증평가가 가능하도록 수요-공급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성능지표 'K-Perf' 활용해 피드백 체계를 구축해 2027년에는 독자 AI 모델과 연계해 상용 AI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NPU 성능을 확보할 계획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 G3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K-엔비디아 육성 등 AI반도체 도약에 승부를 던질 시점"이라며 "'K-반도체'가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성공신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