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경마 대통령' 박태종, 38년 마침표…21일 마지막 기승
1987년 데뷔 이후 통산 1만6014전 2249승, 한국 경마 최다승 기록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한국 경마의 상징적 존재이자 '경마 대통령'으로 불려 온 박태종 기수가 12월 21일 서울경마장에서의 마지막 기승을 끝으로 38년에 걸친 위대한 여정을 마무리한다. 박태종 기수의 은퇴는 단순히 한 기수의 은퇴를 넘어 대한민국 경마사 한 시대의 막이 내리는 순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18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박태종 기수는 1987년 4월 1일, 스물두 살 청년의 나이로 처음 경주로에 나섰다. 이후 38년간 현장에서 한국 경마의 역사 그 자체가 됐다.
통산 1만6014회 출전, 2249승. 한국 경마 역사상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한 기록이며 38년이라는 세월 동안 쏟아부은 땀과 열정, 그리고 팬들과 함께 나눈 감동의 기록이다.
박 기수가 '경마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단지 승수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그랑프리와 코리안더비를 포함해 대상경주를 총 48회 석권하고, 최우수 기수를 5회나 수상하는 등 빛나는 승부사의 면모를 보였다.
철저한 체력 관리, 흔들림 없는 집중력, 말에 대한 섬세한 이해, 경마에 대해 변치 않는 열정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적을 쌓아 올렸고, 결국 한국 경마 최다승 기수라는 누구도 넘보지 못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수천 번의 출전과 수많은 명승부 속에서 박태종이라는 이름은 곧 신뢰와 기량의 상징이 됐으며 그의 존재는 팬들이 경마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박태종 기수가 처음 안장에 올랐을 때 함께 출발선에 섰던 동료 기수들은 이미 오래전 은퇴했고, 그가 가르치고 격려했던 후배들은 이제 한국 경마를 이끄는 중견 기수가 됐다.
20대의 패기, 30대의 원숙함, 40대의 노련함을 거쳐 50대가 넘어서도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 것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일이다. 박태종 기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증명하며, 모든 기수의 영원한 롤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박태종 기수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의 프로 정신이다.
승리를 위해 매 경주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경주 전 철저한 준비와 분석, 경주 후 냉정한 자기 평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한 후배 기수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는 선배이자 스승이었다.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은 "박태종 기수는 38년간 한국 경마와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최고의 기량과 프로 정신을 보여준 살아있는 전설"이라며 "기록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한국 경마 발전에 헌신한 공로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종 기수의 마지막 기승은 12월 21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펼쳐진다. 박 기수는 이날 6경주 '미라클삭스'에 기승한다. 한국마사회는 오는 28일, 그의 은퇴식, 팬 미팅, 특별전 등을 별도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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