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V 전환 가속·40대 리더 전진 배치…정의선號 '퍼펙트 스톰' 정면 돌파

현대차그룹, 사장 4명 등 승진 219명 정기 임원인사
사장 승진 절반, SDV 전환 적임자…상무 초임 평균 연령 40대 첫 진입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2025.1.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현대차(005380)그룹이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 전환을 가속한다. 사장 승진자 4명 중 2명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와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분야 인물로 기술 리더를 앞세웠다. 상무 초임 평균 연령이 평균 40대에 처음 진입하는 등 차세대 리더를 대거 발탁했다. '퍼펙스 스톰'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은 18일 사장 4명 등 승진 219명 규모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승진자 규모는 지난해 239명보다 20명 줄었으며, 2021년 203명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올해 사장 승진자는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본부장 만프레드 하러 사장 △현대차·기아 제조부문장 정준철 사장 △기아(000270) 북미권역본부장 윤승규 사장 △현대제철 이보룡 사장이다. 사장 승진자 중 절반이 SDV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발탁됐다.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 사장, 정준철 현대차 사장, 윤승규 기아 사장,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최영일 현대차 부사장, 지성원 현대차 부사장, 조창현 현대카드 부사장, 전시우 현대커머셜 부사장, 신용석 현대차 부사장
사장 승진 절반이 SDV 적임자…"모빌리티 기업 전환 가속"

지난해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으로 합류한 하러 사장은 1년 만에 사장단 반열에 올랐다.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 등과 함께 그룹의 네 번째 외국인 사장이다. 그는 포르쉐와 애플을 거친 차량 개발 전문가다. R&D본부장으로 SDV 성공을 위한 기술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R&D본부장과 함께 차량 개발 양대 축인 AVP본부장은 현재 공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일 사임한 송창현 전 AVP본부장(사장)의 후임을 빠른 시일 내에 선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송 전 사장 주도로 수립된 SDV 개발 전략과 아트리아 AI 등 기존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준철 사장은 하드웨어 영역에서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SDF 구축 가속을 위해 임명됐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 생산체계 구축과 로보틱스 등 그룹의 차세대 생산체계 구축에 주력할 전망이다.

또 국내공장을 총괄하는 국내 생산담당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에 최영일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제조기술 엔지니어링에 정통한 인물을 전면에 배치해 국내 공장을 기술 중심의 '마더 팩토리'로 재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명 사장 승진자를 SDV 체계전환의 핵심 포지션에 발탁했다"며 "엔지니어링 전문가를 국내생산담당으로 임명함으로써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2025.1.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성과주의' 기조에 주요 계열사 대표 연임…현대제철 신임 대표에 이보룡

현대차그룹은 성과주의 기조도 유지했다. 기아 북미권역본부장인 윤승규 사장은 미주실장과 미국·캐나다 판매법인장을 거친 판매 전문가다. 그는 관세 등 어려운 경쟁환경 속에서도 전년대비 8%가 넘는 소매 판매 신장을 이뤄냈다.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 대표는 유임했다.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는 현대제철 생산본부장 이보룡 부사장이 사장 승진·임명됐다. 현대카드 조창현 대표와 현대커머셜 전시우 대표는 안정적인 성과를 낸 점을 인정받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부터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맡아온 서강현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담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장재훈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담당 부회장으로서 모빌리티·수소 에너지·로보틱스 등 그룹 핵심 미래 사업의 전반적인 추진 방향을 조율하고 사업 간 유기적인 연계를 목표로 관련 부문을 총괄한다. 이 밖에 현대카드 조장현 대표와 현대커머셜 전시우 대표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한다.

현대자동차·기아는 3일 일본 ‘도쿄 빅 사이트’에서 개최된 ‘일본 국제 로봇 전시회 2025’에서 차세대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ile Eccentric Droid, MobED)’의 양산형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일본 국제 로봇 전시회(IREX)의 현대차그룹관 전경. (현대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3/뉴스1
글로벌 불확실성 선제 대비…상무 초임 평균 연령 40대 진입, 차세대 리더 발탁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 특징 중 하나는 40대 리더 발탁이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기여한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지성원 전무(만 47세)가 40대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 상무 초임 평균 연령은 올해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고, 상무 신규 선임 대사장 중 40대 비율은 2020년 24%에서 올해 절반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 밖에 전체 승진자의 30%는 R&D와 주요 기술 분야에서 이뤄지며 기술인재 중심의 인사 철학을 이어갔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인재 영입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할 계획이다. 그룹의 싱크 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HMG경영연구원 원장으로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경제학과 신용석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신 부사장은 현대차그룹 내 전략적 인사이트를 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의 위기를 체질 개선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인적 쇄신과 리더십 체질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했다"며 "SDV 경쟁에서의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인 인사와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