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5조' SK실트론 두산 품에…SK 실탄 확보, 두산 체질개선(종합)

SK, 비핵심 자산 매각…'웨이퍼 공급 안정성' 두산 우군으로
두산, 반도체 중심 체질개선…젼공정·후공정 계열화

(SK실트론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두산(000150)이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을 인수한다. SK(034730)는 SK실트론 매각을 통해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조 단위 실탄을 확보하고, 두산은 반도체 소재·장비 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을 선정했다고 17일 공시했다. SK는 "세부적인 사항은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추후 관련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70.6%다.

반도체 웨이퍼 전문 제조기업인 SK실트론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톱티어의 국내 유일 웨이퍼 제조사다. 2017년 SK그룹 편입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으며, 지난해 매출 2조 1268억 원, 영업이익 3155억 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다.

하지만 SK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리밸런싱)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다. SK는 비핵심 자산이나 중복 투자 사업을 매각하고 AI 관련 미래 먹거리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한앤컴퍼니 등 사모펀드(PE) 운용사가 인수 후보로 고려됐지만,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두산이 유력한 인수협상대상자로 부상했다.

반도체 소재·장비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두산은 이미 반도체 테스트 기업인 '두산테스나'와 자회사 '엔지온'을 통해 후공정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의 가장 기초가 되는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을 추가하면 반도체 전공정 소재(웨이퍼)부터 후공정(테스트)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밸류체인'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게 된다.

SK가 사모펀드가 아닌 두산과 우선협상을 진행하는 배경에는 SK하이닉스의 웨이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모펀드는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공급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 또 해외 기업에 재매각에 나설 리스크도 존재한다.

반면 두산은 반도체를 장기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적 투자자(SI)이기 때문에 훨씬 예측할 수 있고 안정적인 파트너다.

시장에서는 SK실트론의 경영권 지분 가격을 4조~5조 원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2조 3000억 원 규모의 순부채는 향후 세부 가격 협상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두산이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2007년 두산밥캣 인수로 그룹의 중심축을 옮겼던 것 이상으로 제2의 도약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