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련소 투자 공방…MBK·영풍 "신주발행금지" vs 고려아연 "적법"(종합)

MBK·영풍 "경영권 방어 목적…이사회 설명 미흡"
고려아연 "퀀텀 점프 필요…JV 의사결정 美가 행사"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 김병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종홍 신건웅 기자 =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이 16일 미국 정부와의 합작법인(JV)에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고려아연(010130)을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을 위한 꼼수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고려아연은 미국 내 제련소 건설이라는 경영상 필요에 따른 적법한 사업이라며 MBK·영풍 입장을 반박했다.

MBK·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날 고려아연 이사회가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전날(15일) 미국 정부 및 방산업계와 합작법인(JV)을 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 현지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JV 설립으로 미국 측과 고려아연이 출자할 금액은 약 2조 8600억 원(19억4000만 달러)으로 이는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투입된다. 고려아연이 해당 금액을 확보하고 JV가 고려아연 보통주 220만 9716주를 소유하는 구조다.

유증이 진행되면 JV는 전체 고려아연 주식의 10%가량을 확보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MBK·영풍(000670) 측의 지분은 40% 수준으로 낮아진다. 최윤범 회장 측 지분도 29%로 내려가지만, JV 지분을 더하면 39%로 오르게 된다.

MBK파트너스·영풍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은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상법 418조 2항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MBK·영풍은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주주의 권리와 회사의 지배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한다"고 했다.

이외 MBK·영풍은 "중대 의사결정이 필요한 이사회 일시를 15일 오전 7시 30분으로 정해놓고 12일 오후 5시가 넘어 통보하면서도 핵심 자료도 사전에 제공하지 않았다"며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번 미국 제련소 설립이 회사가 '퀀텀 점프'로 도약할 기회라고 반박했다. 제3자 배정 유증이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MBK·영풍이 고려아연을 여전히 적대적 M&A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탓에 이번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의 가치를 폄훼한다"며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비판만 확산시키며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모습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경제 안보 차원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고 이 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한 파트너 기업을 찾기에도 분주하다"며 "이런 호기를 못 잡는다면 미국 시장 확보라는 엄청난 기회를 실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에 출자함으로써 주주로 사실상 함께 제련소를 짓기 때문에 신속한 건설이 가능하고 향후 정책과 규제 환경이 변하더라도 원활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려아연의 기업 및 주주 가치는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경영권 방어 시도란 비판에 대해서도 고려아연은 "JV는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한다"며 "내부 의사결정은 미국 전쟁부(국방부) 등 외부 전략적 투자자가 주도하며 고려아연의 JV 지분은 10% 미만"이라고 반박했다.

이사회를 무시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사회 당일과 별도로 이틀에 걸쳐 4시간 이상씩 안건 설명회와 질의응답을 진행했고 MBK·영풍 추천 사외이사도 참석했다. 이사회 당일에도 7시간 동안 상세한 내용으로 구성된 의안설명 자료가 보고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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