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에 도전장"…'AI 유니콘' 리벨리온, 글로벌 확장 나선다

"추론 최적화에 집중…글로벌 시장서 엔비디아 대안 될 것"
'아톰' 이어 올해 차세대 '리벨쿼드' 공개…누적 투자금만 6500억

리벨리온은 16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오피스에서 설립 5주년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차세대 글로벌 전략 제품 글로벌 AI 인퍼런스(추론) 시장에서 '비(非)엔비디아'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리벨리온은 2020년 11월 창업해 5년 만에 국내 AI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평가)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향후 글로벌 AI 칩 시장 공략에 성공할지 이목이 쏠린다.

"추론 최적화에 집중…글로벌 시장서 엔비디아 대안 될 것"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창사 5주년을 맞아 16일 성남 정자동 R-Tower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지난 5년은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이 어떤 기업을 차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 파트너로 인정할지 가늠하던 시기였다"며 "리벨리온은 그 과정에서 선택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5년을 '비(非) 엔비디아' 중심의 새로운 AI 인프라 체계가 형성되는 시기로 보고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자신했다.

리벨리온이 집중하는 분야는 '추론' 영역이다. 현재 AI시장은 '학습(Training)'에서 '추론'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데 학습이 대규모 데이터에서 패턴을 인식해 연관성을 파악하는 단계라면, 추론은 학습 모델이 사용자의 질문에 스스로 답변을 생성하며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다.

그동안 학습과 추론 영역 모두를 선도한 기업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 작업에 최적화된 AI 반도체다.

그러나 최근 저전력, 효율성이 중요해지면서 특화된 AI칩에 대한 요구가 늘었고, 리벨리온이 집중하는 분야도 추론 전용 AI칩이다.

마샬 초이 리벨리온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지금까지는 AI 시장에서 학습 시장이 압도적이었는데 앞으로는 추론 시장이 더 큰 시장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라며 "추론 시장도 이미 표준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리벨리온 제품이 비용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톰' 이어 올해 차세대 '리벨쿼드' 공개…누적 투자금만 6500억

리벨리온은 2023년 첫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인 '아톰'을 출시했다. 아톰은 출시 이후 KT클라우드와 협력해 국내 최초 NPU 기반 데이터센터를 상용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톰을 기반으로 한 제품은 현재 SKT 반려동물 X-ray 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와 '에이닷' 서비스 내 통화녹음 기능 등이다.

올해에는 차세대 플래그십 AI 반도체 '리벨쿼드'를 선보이며 글로벌 AI 추론 반도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리벨쿼드는 칩렛 구조로 4개의 다이를 결합한 빅칩 계열 NPU로 HBM3E 기반 메모리 아키텍처(칩렛)를 적용한 제품으로 대규모 추론이 가능하다는 것이 리벨리온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리벨쿼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리벨리온의 주력 제품이 될 것"이라며 "1세대 아톰(ATOM)이 상용 레퍼런스를 위한 것이라면, 리벨쿼드는 글로벌 AI 인프라를 겨냥한 고성능 전략 제품"이라고 했다.

리벨리온은 리벨쿼드를 중심으로 추후 고속 통신전용 칩렛을 결합한 '리벨-아이오' 등 확장 라인업도 출시할 예정이다.

리벨리온의 성과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 이끌어냈다. 리벨리온은 2021년 프리(pre)-A 200억 원으로 시작해 2022년 시리즈 A(920억 원), 2024년 시리즈 B(1850억 원), 올해 시리즈 C(3500억 원)까지 KT부터 사우디 아람코, 싱가포르 파빌리온 캐피탈, 미국 ARM 등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 내 창업 5년 만에 누적 약 6500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리벨리온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올해 2월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7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10월 미국 산타클라라 등에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향후 미국 나스닥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16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오피스에서 설립 5주년 미디어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구글 TPU도 10년 걸려…국내 AI도 장기적인 시각 필요"

박 대표는 리벨리온을 '비(非) 엔비디아' 생태계의 선봉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의 TPU 사례를 들며 "구글이 TPU를 통해 시장에서 유의미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AI 시장은 1~2년 만에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구글 TPU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아닌 '비(非) 엔비디아의 제품도 실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TPU가 버전 7에 이르러서야 유의미한 성과를 냈듯 국내 AI 반도체도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AI 인프라는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일원으로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리벨리온의 기술력과 글로벌 파트너십은 성장의 핵심 기반으로, 향후 국가 차원의 역할도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