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계획 '착착'…AI시대 기술 인재 수급 '과제'

"中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업계서도 인재 확보 어려움 호소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정부가 선언한 '반도체 세계 2강'을 실현하기 위해선 부족한 인력 수급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00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결국 기술 경쟁력은 핵심 인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주요국이 고급 인력 확보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 경쟁력 핵심은 인재 양성·확보"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반도체 세계 2강 달성을 위한 3대 과제 중 하나로 우수 인재 양성을 꼽았다.

전 부회장은 "소버린 AI, 즉 국가가 스스로 AI 역량을 갖추는 것이 미래를 좌우할 핵심 요소"라며 "결국 기술 경쟁력의 핵심은 우수한 기술 인재 양성과 확보"라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의 특별 대담에서 "국가는 민간이 (AI) 주도권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이 넣는 지원은 (경쟁국과 비교할 때) 그렇게 많지 않다"고 했다.

최 회장은 "중국은 매년 쏟아져 나오는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계열 학생만 350만 명이고 그중에 AI로만 절반만 가도 어마어마한 숫자가 AI로 들어갈 것인데 우리는 10분의 1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날 발표한 이공계 인력부족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반도체 분야 부족 인력은 1027명 수준이었다. 비(非)이공계 출신은 부족 인력이 30명에 불과했지만 공학계 출신은 966명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AI 분야로 범위를 넓히면 부족한 인력은 더욱더 늘었다. 2024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서 국내 AI 산업 부족 인력은 4336명으로 추산됐다. 특히, 개발자 부족 인력은 2721명, 프로젝트 관리자는 512명, 컨설턴트는 414명으로 핵심 직군의 인력 공급이 부족했다. 최근 AI 시대가 도래하고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 인력 부족은 더욱더 심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상의 보고서에선 2029년까지 향후 5년간 AI 등 신기술 인재가 최소 58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국가 차원 전문 인재 양성 추진…'의대 쏠림 막아야'

정부도 반도체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와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ARM은 반도체 설계 전문 인재 1400명을 2030년까지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ARM 스쿨을 한국에 설립하기로 했다. ARM은 애플·구글·MS 등 빅테크 기업 및 삼성전자·엔비디아·퀄컴 등 반도체 기업들이 의존하는 세계 최고의 컴퓨터 설계 플랫폼이다.

민간에서도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LG는 국내 최초로 교육부 인가를 받은 사내 AI대학원에 힘을 주고 있다. 자체 교육 체계로 인재 보존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2022년 개원한 LG AI대학원은 이번 설치 인가를 통해 졸업생들이 향후 일반 대학원 졸업자와 같은 학력과 학위를 인정받게 됐다. LG AI연구원은 독자적 AI 연구역량과 기술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고급 인재를 꾸준히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경제계에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장기적으로 인력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공계 고급인력이 의대로 쏠리고 해외로 유출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2025학년도 자연계열 정시 학과 분포를 보면 상위 1%에서 의대가 76.9%를 차지하고, 일반학과는 10.3%에 불과했다. 또한 해외에서 학위 취득 후에도 현지 체류 의사가 높고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연구자의 질적 수준보다 유출되는 연구자의 질적 수준이 높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이는 미흡한 보상체계, 낮은 직업 만족도, 불안정한 직업 안전성이 문제라고 대한상의는 진단했다. 김인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해결 방안으로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 경력 사다리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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