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에 열린 틈새…북미·유럽 ESS 시장, 韓 소재사 부상
AI 시대·재생에너지 확산. 북미·유럽 ESS 수요 폭증
美 대중 관세·유럽 '역내 생산'…韓 소재사 '반사이익' 기대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과 유럽의 역내 생산 요구가 강화되면서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에 생산 거점을 확보한 국내 소재사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은 올해 59GWh에서 2030년 142GWh로 두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은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 저장장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 ESS 시장 역시 2024년 19.1GWh에서 2030년 83GWh로 연평균 22.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의 탈화석연료 정책과 재생에너지 확대 로드맵이 투자 확대를 이끌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도 중대한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정부는 2026년부터 중국산 ESS 제품에 대해 총 48.4% 수준의 고율 관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셀뿐 아니라 분리막 등 핵심 소재까지 포괄하는 수준으로, 미국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소재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 소재사의 성장세는 확인되고 있다. SKC는 올해 3분기 이차전지 소재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7.8% 증가한 1667억 원을 기록했다. LFP(리튬인산철) 기반 ESS향 동박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국내 소재사들의 북미지역 생산라인 확대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과 솔루스첨단소재는 각각 내년 하반기 캐나다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ESS 시장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에코프로 역시 캐나다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2026년 이후 북미 ESS 시장에서 한국 분리막 업체의 도약 가능성이 본격 부각될 것"이라며 "중국산 가격 우위 약화는 한국 소재사에 구조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유럽에서는 '현지 생산'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산 생산 비중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재사들은 유럽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 2020년 헝가리 터터바녀 공장 가동을 시작한 솔루스첨단소재(336370)는 여기서 생산한 ESS용 동박을 유럽과 미국으로 납품하고 있다. 에코프로(086520)는 최근 헝가리 데브렌체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유럽에 추가 생산 거점을 건설하는 것 역시 국내 소재사들에게 호재로 꼽힌다. 중국 배터리사들이 유럽 현지에서 생산량을 확대하려면 역내 소재 공급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에 생산시설을 갖춘 국내 소재사들이 자연스럽게 협력 후보로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중국계 배터리사들이 유럽에서 생산 거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역내 소재 공급망을 갖춘 국내 업체들이 이를 발판으로 유럽 ESS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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