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살 수 있게"…HMM 직원 7살 딸, 산타에 편지 왜?
HMM 본사 강제 이전 규탄 기자회견…"강행 시 총파업"
- 양새롬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제 첫째 딸은 7살입니다.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적어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딸아이는 '우리 가족 떨어져 살게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썼다고 합니다. 제발 우리 가족 떨어져서 살게 하지 말아주세요" (조합원 조모 씨)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HMM 육상노조)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 개최한 'HMM 본사 강제 이전 규탄 기자회견'의 한 장면이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둔 HMM(011200)은 글로벌 선복량 기준 세계 8위 해운사다. 21대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 중 HMM 본사 부산 이전이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발표됐고, 이후 해당 내용은 '민간기업 유치'라는 항목으로 국정과제에 포함돼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 HMM 본사 이전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부산항이 세계 2위 컨테이너 환적항인 만큼 부산항을 북극항로 거점으로 삼고, HMM 본사를 이전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조모 씨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을 대표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조 씨는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본사 이전이라는 행정적 결정일지 모르지만, 저와 제 가족에게는 삶의 터전 자체가 흔들리는 문제"라며 "갑작스러운 본사 이전이 현실화한다면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주말부부를 하거나 아니면 제가 경력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저는) 제 일에 자부심이 있다. 해운업은 제 경력의 전부이고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며 "(본사 이전에는) 어린 자녀, 연로하신 부모님과 같이 살아가는 직원들의 삶 모두가 걸려 있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본사 강제 이전 시도를 규탄했다. 노동자의 생존권뿐만 아니라 기업 경쟁력이 파괴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공개한 회사 내부 분석에서도 전사 조직 이전은 물론 분리 옵션을 추진해도 조직 간 협업이 저하돼 운영 타당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정성철 HMM지부장은 "지방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다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철저한 사전 준비와 투명한 협의 과정, 기업과 노동자가 실제로 정착하고 이점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해당 지역의 금융, 행정, 교육 등 기반 인프라를 먼저 갖춰놓은 다음 기업이 자율적으로 경제적 이득에 따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대주주가 노조의 동의 없이 이전 강행 절차를 진행한다면 총파업 태세에 돌입, 중단 없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진이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이미 수도권 본사 유지가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이전안을 받아들인다면 이사 전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대주주가 타당성 없는 이전안을 주총에 상정할 경우 국민감사청구,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필요시 기업가치 보호 소송 등을 전개하겠다고도 예고했다.
그러면서 "본사 강제 이전은 노동자와 기업을 정치적 목적에 종속시키는 명백한 국가폭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HMM 직원은 육상 1057명, 해상 839명 등 약 1900명이다. 해상 직원들은 본사 업무와 무관하게 해상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본사를 이전한다고 해서 거처를 옮길 유인이 없다. 육상 직원 200명은 이미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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