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살 땐 '주주가치', 팔 땐 '임직원 보상'…소각률 36%뿐

5년간 자사주 취득목적 94% '주주가치 제고'
처분할 땐 64% '임직원 성과보상', 자금확보 목적도

(리더스인덱스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국내 상장사의 약 94%가 자사주를 취득할 때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막상 처분 단계에는 64%가 임직원 성과 보상을 이유로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까지 이행한 기업은 약 36% 수준으로 집계됐다.

리더스인덱스가 상장사 2658개를 대상으로 5년간 자사주 취득 흐름을 조사,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 비중은 해마다 19~24%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591개 상장사 중 641개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며 24.7%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올해도 연초부터 현재(11월 12일 기준)까지 508개 사(19.1%)가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

이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때 내세운 명분은 대부분 '주주가치'였다. 5년간 제출된 자사주 취득 계획 공시 2067건 중 1936건(93.7%)에 '주주가치 제고'가 명시됐다.

'임직원 성과보상'은 61건(3.0%), '주주가치 제고&임직원 보상'을 병기한 경우는 51건(2.5%)이었으며, '주식교환' 목적은 1건에 불과했다.

처분 결과는 달랐다. 처분 공시 1666건을 분석한 결과, '임직원 성과보상'이 1066건으로 64.0%를 차지했다. 이어 '자금 확보' 목적이 188건(11.3%), '교환사채 발행' 172건(10.3%), '주식교환'이 81건(4.9%)으로 뒤따랐다. 이는 주주가치 제고보다 회사의 재무적 필요나 우호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보호 성격이 강한 방식들이다.

한진칼의 경우 2022년 9월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해 43만 9989주를 취득했다. 해당 주식은 올해 8월 임직원 성과보상을 목적으로 전량 처분됐다. 당초 명분과 실제 용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코스닥 상장사 드림씨아이에스도 2021년 11월 주주가치를 내세워 자사주 20만주 취득을 결정했지만, 해당 물량은 타법인 주식취득 대금 충당, 임직원 성과보상, 투자재원 확보 등으로 나뉘어 모두 처분됐다.

자사주 소각도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최근 5년간 자사주를 취득한 880개 기업(중복 제외) 가운데 한 번이라도 자사주를 소각한 곳은 315개 사로 35.8%에 그쳤다. 소각량은 전체 취득량(17억 673만여주)의 54.6%(9억 3263만여주)이지만, 실제로 소각 참여 기업 315곳 중 상위 15개 사가 전체 소각 물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편중됐다.

올해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는 상법 3차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사주 비중이 높은 대형 상장사들이 경영권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다.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SK㈜(24.8%), 미래에셋증권(23.0%), 두산(17.9%), DB손해보험(15.2%), 삼성화재(13.4%), LS(12.5%), KT&G(12.0%), HD현대(10.5%), 삼성생명(10.2%) 등은 모두 발행주식 대비 높은 비율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소각' 원칙이 적용되면, 그간 경영권 유지 수단으로 활용해 온 자사주 물량을 단기간에 정리해야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jupy@news1.kr